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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Marathon Essay - 백오리 여행기


  
 정산(2009-09-16 16:14:56, Hit : 2890
 사천 노을 마라톤 - 바다에서 단상

사천 노을 마라톤

 


사천 노을 마라톤 - 바다에서 단상

 

마라톤은 사천이 아닌 삼천포에서 열렸다.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로 유명한 이곳은 박재삼 시인의 고향이고, 은진씨 고향이고, 내 아버지, 내 어머니의 고향과 이웃해 있는 포구로 갯내음과 왁자지끌한 어시장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사천을 경유해서 삼천포에 머물렀다.

달리기 전에 바다는 오랫동안 보았는데 노을은 달리면서 잠깐 스치듯 보았다.

 

 

올망 졸망한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는 어느덧 삼천포의 한려수도의 바다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유람선의 갑판에서 검푸른 바다를 보면 최인훈의 「광장」이 떠오른다.

심해의 암초에 부딪힌 이명준, 이념과 사랑과 갈매기가 동중국 근해에서 영원히 잠수한다.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지금도 여전히 그 시대와 다르지 않다고 작가는 말한다.

 

 

유람선은 전체를 스틸로 만들고 해풍과 해수에 견디고저 페인트를 두겁게 입혔다.

강렬한 원색의 배는 폭풍우의 바다에서 눈에 뜨이기 에는 작고, 그 바다는 넓다.

 


말미잘 형상의 작은 섬에 이웃한 죽방에 만조를 기다리는 어로는 원시적이고 느긋하다.

정오에 쏟아지는 햇빛이 만드는 물비늘은 신생과 소멸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해조음도 없고, 끼륵거리는 바닷새도 없다.

 

 

바다로 짧게 뻗은 방죽은 원양을 달려온 지친 파도를 맞으며 그 안을 고요하게 한다.

나 어렸을 때 뭍에서 큰 집으로 갈 때 만나는 풍경도 이러했다.

어부의 아들인 아버지와 그 아들인 내게 바다는 생산자가 아닌 관찰자여서 일자집 마루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은 가끔 낭만적이었다.
사촌 형수는 돌담위에서 바다바람에 눅눅하게 말린 납새미와 미기와 바다장어등을 까만 비닐봉투에 넣어 집사람에게 건내 준다. 

바닷가에 만조 때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관능적이라 한다면 그 때 마을의 젊은이들은 사랑을 나눈다고 들었다.

어부의 집 좁은 마당에는 억센 근육을 가진 남자들이 찢어진 그물을 손질하고, 정많은 여자들은 선착장에서 손을 흔든다.

 

천승세는 「신궁」에서 주구장창 비 내리는 바다를 보고 그저 끝간데 없는 빗발로 꽉차 있다고 했는데, 박래부는 한이 서린 빗줄기가 꼽힌다고 했다.

단골래 왕년이의 줌피를 떠난 화살이 바가지를 쓴 판수의 머리에 꼽히고, 바가지위로 꽃뱀 기듯 핏물이 흘렀다.

바다에서 가난할 수밖에 없는 어부들과 그 어부들로 인해 가난하지 않는 선주들의 갈등, 느닷없는 아니 예고된 재난에 속수무책인 어부들의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고, 전해지는 가슴아픈 서사들이다.

삼천포 시인 박재삼은 가난한 남루를 담담하게 서정화했다.  


추억(追憶)에서 67
 

진주(晋州) 장터 생어물(生魚物)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 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 엄매야 울 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晋州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울 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유람선에서 멀리 보이는 삼천포 화력발전소는 삼천포가 아닌 고성군의 하이면에 있는데, 창원과 여천의 공업단지에 전기를 보낸다고 한다.

 

 

바닷가와 어부의 집은 해안도로로 경계되는데 이 도로는 평탄하여 주차장과 어구를 정리하는 공지로 확장되기도 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상여는 방파제 입구에서 잠깐 머물렀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매일 방파제 평상에서 먼 바다를 보면서 담배 연기를 해풍에 날려 보내셨다.

해안도로에 이웃해 있는 집은 스레트 지붕에 경운기 바퀴가 바람에 맞서려 한다. 검소하고 적빈한 집들은 경제개발과 금융위기와는 무관하게 오늘도 내일도 지엄한 일상을 묵묵히 맞는다.

 

 

기름통은 색색별로 무슨 이유로 도열해 있고 그 바닥으로 스틸그레이팅이 있고 그 아래 구(溝)가 있다.

미룡 자연산 횟집에서 전어회 덥밥으로 점심을 하고, 초전공원에서 마라톤을 한다.

 

노을마라톤이 시작되기전에 햇살은 강했지만 마라톤이 시작되자 뜨거움은 유순해 졌다.

노을은 태양 광선이 대기를 통과하면서 푸른색은 산란되고, 붉은색은 산란되지 않는 것인데, 그 미립자가 만드는 분위기는 간혹 장엄하다. 이 즈음 탄천에서 한강쪽의 노을이 붉다. 노을은 똑 같은 적이 한번도 없어 노을의 실체는 실체적이지 않다.

달리면서 바라보는 노을은 장엄하지 않았지만 좋았고, 짧았다. 14키로부터 어둠속에서 달리는 것도 느낌이 좋았다. 시탁형과 동반주 하면서 마지막에는 활주로의 경광등의 도열사이로 랜딩하듯이 골인했다.
 

한흥기는 젊은 날의 초소생활 기억으로 기분이 업되어 있다. 뭍으로 가고 싶어 꿈을 꾸는 바닷가 꽃게와의 로맨스가 있었을까? 없었을까? 잠결에 풍문처럼 들리기로 버스를 놓쳤다는데 당황하는 사람들이 없다.

 

갑판위에서 같은 고향인 은영씨한테 고구마 뻬때기, 고구마 줄기 김치, 미기국, 도다리 쑥국, 찐 생선의 이야기로 추억을 공유한다. 뻬때기죽, 미기 말린 것, 미기국을 우리 아이들은 모른다. 신산한 겨울을 나야 하던 시절과 동고 동락하던 옛날의 갈무리들이 어쩌다 생각난다.

생선을 찌면서 나는 퀴퀴한 냄새는 울 엄매의 냄새다. 명절 때에만 간접가열 방식으로 조리된 도미와 미기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집사람은 그 맛을 낼 수 없다고 한다.

울 엄매는 늙고 병들어 이제 울 엄매의 맛이 없어지니, 예전의 맛들이 아득하고 아련하다.

울 엄매는 객지 생활하는 내게 억센 뼈의 뽈래기를 구어 주시고, 뽈래기 매운탕을 만드시면서 제대로 된 생괴기 못 얻어 먹는 아들을 모정으로 그저 안타까워 하셨다. 여기는 뽈래기가 지천으로 있는데...

 

호수같은 바다, 햇살 따가운 한려수도, 그 바다를 품은 바닷가 작은 집들, 고향의 정한이 생각나는 포구. 사천노을마라톤에서 마라톤은 하지 않고, 하프만 했다. 바다에서 단상이 있었다.

2009.9.16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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