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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Marathon Essay - 백오리 여행기


  
 정산(2009-12-08 17:17:36, Hit : 5040
 통영 여행과 마라톤

 


통영 여행과 마라톤

 

3년전에 통영마라톤에 참가했는데 그때는 새벽에 승용차로 가서, 달리고, 코스를 구경하고, 밤늦게 돌아왔다.

올해는 하루 전날, 버스로 내려가서 통영 관광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달리고, 돌아왔다.

 

내 유년을 의탁했던 고향에 웬지 모를 부채의식이 조금씩 옅어진다. 모든 것이 변한 고향에 가는 것이 이제는 설레지 않는다.

청마는 친일로, 윤이상은 친북으로, 박경리는 유족들과 고향과 불화가 있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았던 이들에게 고향은 생각처럼 너그럽지만은 않다.

 

고속버스에서 정신 없이 자고 있는데 친구의 전화가 온다. "오데고?" "차안이다." "운제 만날래?" "내가 일찍 내려 가고 있는데 청마문학관, 동피랑 보고 나서 4시 반쯤에 만나자" "그러면 옛날 통영극장 근처 물보라다찌에서 알겠제" "아라따~~"

 

차창밖으로 겨울이 소리없이 진행중이다. 덕유산 휴게소에서 카메라를 꺼내 몇 커트 찍는다. 육십령 터널을 넘으니 눈이 없다.

 

죽림매립지에는 관공서와 아파트가 여느 신도시와 동일하게 채워지고 있다. 경찰서, 소방서, 00타운, XX빌,

부동산 중개사 간판도 똑 같다. 땅!!! 꼭 부자 만들어 드립니다.

외부자에게 고향에서 시간은 느리게 간다. 시내버스 운전수는 손님을 많이 기다린다.

 

 

 

 

청마 문학관 입구에는 소리없는 아우성,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바람에 흔들린다.

53년9월9일 우체국 소인이 있는 "행복"이 있고 그리고 울분과 탄식과 지향과 질타의 호방한 시가 있다.

귀고(歸故), 소리개, 깃발,그리움, 춘신, 광야에 와서, 절명시, 칼을 갈라, 울릉도, 향수, 미루나무와 남풍, 석굴암 대불, 바다, 어시장에서, 산III, 풍일(風日), 낙화등을 낭랑하고 묵직한 낭송으로 듣는다.

 

 

덤바우길을 지나 동피랑에 든다. 동피랑은 골목과 벽으로 눈길을 끈다. 골목은 공공공간의 최소단위이자 도시의 내부 공간이다.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개인과 공공이 타협한 선으로 이제는 자동차에 의해 확장되고, 확정된 골목은 더 이상 예전의 기능을 가지지 못한다. 골목을 보존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골목의 커뮤니티를 복원하자는 것은 어렵다.

그곳에 떠날 수 없는 이들은 불편하게 살아야 하고, 아파트 문화를 피하려는 어떤 이들이 불편하게 살려고 온다. 전망좋은 곳에 소설가 강석경의 집이 있다. 그녀는 터키 여행중이라 한다.

 

 

남향받이 비탈에 옹기 종기 모인 모습, 유년의 기억이 적층된 동피랑은 정감이 있는 풍경이다.

동포루의 폐허에서 조선의 바다가 아닌 통영항을 조망한다.

 

 

 

 

중앙활어시장은 죽은 고기와 죽음을 기다리는 산고기로 활기가 넘친다. 통영시의 로고는 크로스포인트에서 올망졸망한 섬으로 통영 글자를 만들었다.

손혜원은 말한다."전통’을 ‘트래디션tradition’이라 번역하고 ‘체인지change’는 ‘변화’라고 번역하는데, 꼭 그래야 할까요? 그저 옛날 것이라고해서 전통이 아니라 ‘컨스턴시constancy’ 즉 지속되어야 할 것, 지속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전통입니다. 지켜나가야 할 전통, 그러니까 ‘빛나는’ 전통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청마거리와 항남 1번지인 초정 거리를 소요한다. 이영도와 권재순이 있던 가게와 유치원이 있고, 초정이 태어난 곳도 표식이 있다.

 

 

 

 

 

 

몇년 전에 보물에서 국보가 된 세병관은 입장료가 200원이다. 실제로 병장기를 씻는 곳은 아니고, 만하세병(挽河洗兵)으로 우주적 관념이 담긴 곳이다. 장대한 건물에 힘이 느껴진다. 복원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다.
 

 

여객선의 뱃고동 소리가 묵직하게 울린다. 통영시 향토 사료관으로 간다. 통영과 거제의 길목인 견내량(見乃梁)에서 왜군 주력함대 70여척을 학익진으로 궤멸시켜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한 한산대첩과 이순신의 자료들과 전통 문화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약한 선조는 이순신을 믿고, 이순신을 의심한다. 희망의 부재속에 더 이상의 절망도 부재했다.

이순신 초상은 이상범, 김은호, 장우성, 정영모 화백이 그렸고 그 이전엔 많은 작가들이 존경의 마음으로 그렸음을 보았다. 

동백나무, 동백꽃과 갈매기가 통영을 상징한다.

섬, 바다, 뭍이 어우러진 통영은 매년 군점 및 수조때에 통영 앞 바다는 실로 장엄한 바다의 관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통영은 군수품 조달과 진상품의 자체 생산을 위한 통제영 12공방으로 전통문화가 발전했고, 옛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었다.

 

 

물보라다찌에서 친구를 만났다. 다찌는 기본으로 소주 3병, 2인 기준에 4만원인데, 손님은 안주를 선택하지 않는다. 안주는 주인이 자신만만하게 제공하는 특이한 메뉴이다. 소주 한병 추가에 만원이며 안주가 또 더해진다. 싱싱한 자연산 안주에 내일의 나는 잊혀졌다. 홍합, 청각, 장어, 갈치, 게, 싱싱한 회에 친구와 나는 많이 마셨다. 그리고 1차에서 끝냈다. 내실있는 1차라 웃으면서 명명했고 헤어졌다.

나는 알콜이 휘발하기 전에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갔다. 새미골 3길 12-1은 침묵하고 있었다. 영진약국은 용산 PC병원 건물로 바뀌었고, 우리집 옆에는 더 큰 집이 지어졌다. 모르는 노인들이 사는 집은 적막했고, 나는 우울했다. 

 

 

우짜(우동,짜장 섞은 면)를 먹는다. 이맛도 아닌 저맛도 아닌 맛을 TV에 방영되었다고 자랑한다. 고향에서 타인은 객수에 젖는다.

일요일 아침에 모닝케어 대신에 서호시장에서 시락국으로 숙취와 기갈을 해결한다. 마라톤 대회장에 이르게 도착했다.

 

 

도남동 트라이애슬론 광장에 바람은 차지만 날씨는 쾌청하다.

처음부터 오르막, 헥헥거리며 달린다. 계속되는 오르막, 내리막에서 바다를 보면서 달린다. 바다는 오전의 햇빛을 강력하게 퉁기고 있었다.

10키로부터 도천동과 서호동, 항남동 구간은 유년에 우리들의 놀이터였다. 서호시장엔 갯바람에 갯장어가 건조되고 었었다. 바다를 매립한 땅의 경계는 매립 전에 바닷물이 만들던 유연한 선들을 심드렁하게 바꾸었다.

 

15키로의 통영 대교를 지나 미수동, 풍화리 해안도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작년과 코스가 조금 달라졌는데 초반, 중반이 어렵고 후반이 평지로 바뀌었다.

25키로 지점부터 힘들다. 술을 많이 마신 몸을 달래면서 여기까지 왔다. 30키로의 산양삼거리에서 읍내 할머니들의 응원을 받으며 달린다. 길가의 붕어빵이 먹고 싶었다.

박경리 기념관이 둔중한 매스로 지어지고 있고, 박경리 묘소의 이정표가 있다.
 


 

오르막에서 걸으면서 청명한 바다를 본다. 생산자의 바다는 눈부시다. 바람이 불어 하늘의 공기가 아주 깨끗하다. 남해마라톤의 송진홍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바닷가 시인처럼 놋주발 소리가 쟁쟁거리는 바다를 마음껏 감상했다.

 

35키로 지점인 영운리 초입의 내리막과 삼칭이해안로의 평지는 코스의 후반부로 힘이 덜 든다. 아버님이 태어나고 내가 태어난 곳, 어부의 길을 마다 하고 뭍으로 가셨던 아버님의 동네를 지나면서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며, 캐스터네츠처럼 경쾌해지고자 했다. 해안로 옆에는 바다에서 우뚝 솟은 좆바위에 한그루의 해송은 고고하다. 이전과 전혀 다른 코스, 전혀 다른 달리기를 하면서 골인했다. 21초 차이로 서브4를 했다.

훈련코스로는 제격이지만 대회 코스로는 어렵다고들 한다. 굴라면으로 허기를 달래고, 옷을 찾아 입고, 케이블카를 타러 간다.

 

 

케이블카를 설치한다고 했을 때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미륵산은 보존과 활용이라는 대립하는 가치들이 부딪히는 과정을 말없이 지켜 보았다. 지금도 자잘한 공사들을 지켜 보고 있다. 통영시는 케이블카 탑승객 100만명을 자축하고, 다른 자치단체에서 벤취마킹을 한다고 한다. 당포해전 전망대, 한산대첩지 전망대가 있고 야생화 꽃길이 만들어져 있다.

나무계단으로 사람들은 꾸역 꾸역 올라 와서 미륵산 정상에서 이순신이 싸운 바다와 동양의 나폴리를 감탄하고, 사진 찍고, 떠들면서 내려가서 오뎅을 간장에 찍어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대마도가 보이고 계룡산도 보인다고 한다. 1시간전에 내가 달린 영운리 해안도로가 왼쪽에 선명하다.

 

 

올망졸망한 섬과 바다를 초정은 "다도해" 에서 남색으로 묘사했다. 영탄조는 어느덧 나른해진다.

쟁반에 담긴 쪽빛, 뉘가 여길 바다랬나!

멀리 구름 밖에 겹겹이 포개진 것.
그린 듯 고운 이마에 졸음마저 오누나

 

 

마라톤 행사장이 보이고, 거제도와 견내량이 보인다. 전혁림 미술관, 김춘수유품전시관은 다음에 들르기로 하고 시내로 와서 복국을 맛있게 먹고, 복국, 꿀빵, 충무김밥을 포장용으로 산다. 충무김밥은 밥따로 김따로의 분리형으로 어울어지는 맛이 아닌 각자의 맛에 정성을 기울였다. 가족에게 통영의 맛을 준비했다고 문자를 날린다. 가는 곳마다 인정의 꽃밭이다. 18시 버스에 오른다. 

 

신탄진휴게소 지나 천안 근처에서 정체가 심하다. 전용차로에 끼어드는 얌체 승용차도 많아졌다. 예상보다 20분 늦게 서울에 도착했다.

 

전철안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은 흰 모자에 흰 운동화, 그 중간의 검은 옷은 눈에 뜨이지 않는다. 머리와 발에 의한 1박2일 여행과 마라톤, 혼자의 일탈이 타향화된 고향이어서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의 이빨속에서 식물처럼 성장하는 고향, 수산업 도시에서 역사, 문화, 관광, 휴양도시가 되려는 고향을 소요했다. 고향을 타향으로 소요했다.

2009.12.8. 정산
 

 




정제용 '고향에 가는 것이 이제는 설레지 않는다'

형님의 감성에 녹아있던 통영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저도 왠지 씁쓸해집니다.

우리의 욕심일지도 모르죠, 내 기억 속 그대로 남기를 바라는 것은...

세상과 사람은 변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통영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2009-12-12]
정산 맞습니다. 그대로 남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지요.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이문열인가요?
유년과 기억이 적재된 아름답고 커다란 창고인 '고향'은 서서히 풍화하고 스러지지요.
1박 2일, 그 이상으로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근해의 섬과 섬의 산에 오르고도 싶었습니다.

다친 곳, 회복 잘 하시고, 좋은 시간되시길...
[2009-12-14]  
정제용 형님 덕분에 통영의 여러 곳을 다녀왔습니다.
박경리 기념관, 중앙시장 , 산양일주도로, 달아공원 ,한산섬 제승당 그리고 꿀빵
많은 곳을 가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다음에 또 가야할 곳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여유롭게 했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를 벗어나 본 것이 강원도 사창리에서 군인으로 근무한 딱 1년 그뿐이니 ,
다시 가고 싶은 그 곳.. 통영입니다.
[201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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