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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Marathon Essay - 백오리 여행기


  
 정산(2010-10-27 00:02:22, Hit : 6010
 2010년 춘천마라톤-펀런이라는 미명

2010년 춘천마라톤-펀런이라는 미명

 

백내장 수술로 달리기를 전혀 하지 않고, 42.195km를 달리겠다는 것은 대략 무모했는데, 잘 달리면 착각, 못 달리면 핑계, 착각할려면 초반에 힘을 아껴 달리면 될 것 같았고, 핑계를 할려면 대충 그냥 달리면 될 것 같았다.  

연습이 없으면 달리기에 집중되지 않는데, 땀을 흘리지 않을 정도로 달려 수술한 눈에 영향을 적게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구 간

구간시간 (누적시간)

4:50:06

0-5km

28:06(0:00:00)

5-10km

28:31 (0:56:38)

10-15km

28:23 (1:25:01)

15-20km

29:07 (1:54:08)

20-25km

29:07 (2:30:58)

25-30km

40:14 (3:11:13)

30-35km

41:31 (3:52:44)

35-40km

41:04 (4:33:49)

40-골인점

16:17 (4:50:06)

전반 / 후반

2:01:48 / 2:48:18

페이스

6:52/km

비 고

50번째 풀코스

 

친구 정완이를 만났는데 훈련이 없어서 하프까지만 달리겠다고 한다. C그룹 배번호로 E그룹에서 달렸다. E그룹은 서브4를 열망하는 그룹으로 그 곳의 페이스는 C그룹 보다 느슨했다. 스스로 자초한 페이스, 주위는 성처럼 견고하여 그 곳을 뚫고 뛰쳐 나갈 수가 없다. 삼학산은 절정의 단풍이 아닌 칙칙한 색깔이다. 의암호의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자 뜨거운 가을 햇살이 쏟아진다. 하프까지 갔다. 뜨거움이 강해지고 땀이 많이 났다.

주로에 서면 런너는 감금상태에 있게 된다. 달리는 것 외의 자유는 없다. 달갑지 않은 근피로가 동반된다. 주로에서 탐닉은 짧고 유혹은 강하고 고통은 길다.

히틀러가 좋아했던 건축가 슈페어는 몇 개월의 감옥생활을 잘 견뎌 낼 수 있었는데 베를린에서 예루살렘까지 걷는 가상 여행으로 길을 따라 가면서 겪는 모든 사건과 장면을 상상했다고 한다. 그는 감금생활속에서 그만의 자유를 마음껏 향유했다. 나는 달리기만 허용된 주로에서 무한 자유를 취하려고 했지만 달리는 고통에 깊이 예속되었다.  

윤종학 형과 최순옥이 부상으로 접는다 한다. 그들을 따라 역방향으로 동행하다가 좀 더 달리기로 마음을 바꾼다. 주로에는 여러 층위의 런너가 있는데 급수대에서 물을 나꿔채서 더 빨리는 런너들이 있고, 급수대에서 편안하게 휴식하는 런너들이 있다. 몇년 전 나는 급수대에서 물을 잽싸게 나꿔챘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걷는 부류가 되었다.  

달리기의 희열은 띠끌 보다 적었고, 체질은 젖산이 잘 생성되도록 비옥하게 바뀌어 젖산이 무럭 무럭 피어나서 쌓인다. 30키로 지점에서 이규익은 천천히 달리는데 회수차를 타자고 하니 그대로 달리겠다고 한다. 30키로 지점에서는 다들 아쉬운지 걸으면서도 회수차를 타는 런너는 없다.

34키로 지점에서 어린 병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38키로 지점에서 우리가 설계한 건물을 구경하면서 많이 많이 걸어서 이윽고 골인했다. 감동과 성취가 당연하게 파도처럼 밀려오지 않았다. 대신 최장 시간으로 보상 받았다.

 

강촌의 산골에서 닭갈비를 먹는데 옆 자리의 방선희 마라톤 교실 수강생은 고무되어 있었다. 마라톤에 한참 빠져 버린 그에게 감동이 생기지 않는다.  

여름은 더워서 훈련이 싫고, 겨울은 추워서 훈련이 힘들다. 게으른 달리기의 진입부를 한참 지났기에 동아 끝나면 춘마를 걱정하고, 춘마 끝나면 동아를 걱정한다. 훈련 없는 런너가 두 번 걱정하면 1년이 간다. 걱정만 하는 런너의 걱정은 계속 이어진다.
 

달리고 난 후에는 고관절이 아프더니 다음 날 아침에는 도가니가 안좋다. 계단에서 절뚝거린다. 68세에 가뿐하게 완주한 이명철 선배님, 대단하다. 그건 훈련이 아니라 체질이 아닐까.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신체의 경험은 삶의 기록을 우울하게 한다. 더 높이, 더 빠르게, 더 강하게라는 슬로건은 이 겨울에 양재천의 스산한 겨울 주로의 하늘에 걸릴 수 있을까?  

50번째 마라톤, 횟수만으로 이해가 깊어지지 못하고 처음 시작한 때보다 더 게으른 생활을 하면서 어찌 즐긴다고 말할 수 있으랴? 42.195km를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어(몰입)를 대입하면서 달린 적이 있었다. 그 가슴 설레는 달리기의 시절, 마라톤의 열풍에 열병으로 전염된 시절을 지나고, 감동이 없어진 자리로 원위치한 것을 본연의 생활로 돌아갔다고 해야 하나. 그걸 펀런이라는 미명으로 이름 해야 하는가. 비옥한 체질에서 나태는 여름날 옥수수처럼 튼실해진다.

나의 달리기는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이 틀림없다.

 

2010.10.27 정산




정제용 형님의 50번째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삶의 수많은 질곡 속에서도 순수히 자기를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은 즐거움과 고통이 아니고서는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주변에 환경에 의지한다고 하였는데
저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통해 다시 한번 저의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라톤이 주는 기쁨보다는 제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 , 그것으로 저의 23번째 완주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영신봉에서 남쪽을 바라보며 황홀한 새벽의 시간을 기다려봅니다.
[2010-10-28]
정산 50번이 축하 받을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나도 연습으로 16키로를 세 번 정도 달렸으면 조금 수월했을텐데...
아들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생각한다는 건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인지요?

금요일의 저녁은 내가 어쩌지 못하는 불안이 있는데...
토요일 아침에 당황할 일이 생겨 좋은 시간을 같이 못하고 번거롭게 해서 미안 했습니다.
환자 침대 아래서 생각 없이 잤습니다.
[2010-11-01]  
정제용 숨을 헉헉대며 오르던 한신계곡, 영신봉에서 바라본 촛대봉의 일출, 산죽군락에서 온 얼굴과 머리로 맞대며 지긋했던 시간, 청학동에서 닭백숙 그리고 청학동에서 덕산까지 꾸벅 꾸벅 졸며 트럭뒤에 앉아 매서운 바람 맞으며 졸며 갔던 시간들 ... 형님과 함께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중마와 호남에서 뵙겠습니다.
[20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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