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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athon Essay - 백오리 여행기


  
 정산(2009-04-03 02:14:25, Hit : 3257
 Let's Goyang 중앙마라톤-도시 풍경들

2009 Let's Goyang 중앙마라톤

Let's Goyang 중앙마라톤-도시 풍경들

2009.3.29

 

고양은 높고 양명하고, 파주는 뚝방이 있는 한강 하류 지역의 도시로 지명 만큼 서로 다른데, 지금은 아파트가 밀집한 도농복합도시로 같아 지고 있다.

고양마라톤은 일산 호수로를 왕복하고 이산포 IC에서 자유로와 같이 가는 농로를 달리고 파주 출판단지를 통과하여 고양종합운동장으로 골인하는 코스다. 도시와 농촌, 고양과 파주, 신도시와 출판도시의 풍경들을 접하며 달리는 재미있는 코스다. 

 

 

5km부터 호수로에 든다. 왼쪽에 아파트와 상업건물들, 오른쪽에 킨텍스와 호수공원. 신도시는 수성페인트와 클래딩의 고층 건물들이 도열해 있고, 현재 공사중, 언더 컨스트럭트.

아파트는 장성마을, 문촌마을, 정발마을, 백마마을, 호수마을, 백송마을, 흰돌마을까지 이어지고 거름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들판이 이어진다. 능곡 어디쯤 서울외곽순환도로 아래 13km 지점에서 턴해 다시 호수로를 거슬러 달린다. 하프지점을 지나고 자유로 옆 농로를 지루하게 달려 30km 지점에 도착하면 기력은 다한다. 파주출판단지의 초입이다. 오른쪽에 코르텐 강판벽의 북시티의 간판이 있고 왼쪽에 민현식이 설계한 코르텐 강판과 반투명유리의 거대한 북센건물이 땅에 바짝 붙어 있다. 달리는 속도를 낮추어 좌우의 건물들을 보면서 달린다. 마라톤을 끝내고 이곳에 다시 올 것이다.

 

심학산을 보면서 35km를 지나고 일산으로 넘어 가고 연도의 응원에 힘을 얻어 운동장에 닿는다. 골인점의 시계는 3시간 59분16초 이다. 동아마라톤 이후 달리지 않고, 2주 동안 열심히 주(酒)님과 더불어 목운동(?)을 했더니 힘이 들었다. 하지만 맛은 괜찮다. 머리가 비워진 듯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옷을 갈아 입는다. 

 

 

물 한병을 비우고, 소부루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스포츠 마사지를 받는다. 그리고 대화역으로, 대화역은 어지럽고 복잡하다.

 

 

출판단지행 버스는 북으로 달리다 남으로 향한다. 예쁜 이름들의 마을을 지나며 녹음된 안내로 지명을 알려 준다. 동패리 XX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숲속길 마을, 책향기 마을, 노을빛 마을입니다.

마을은 느티나무 있던 예전의 마을이 아니고 교하 주공 아파트 단지의 다른 이름이다.

몇 해 전에 분당과 일산은 설문조사를 통해 살기 좋은 아파트에 선정되었다. 급하게 지어진 신도시를 비판하는 우리들을 아연케 하는 이런 결과는 대형 단지에 대형 할인점이 있으면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 정책 당국자들은 더욱 힘을 얻었다. 똑같이 만들어지는 도시를 비판하는 이들의 단말마에 우리 사회는 아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일산의 이미지는 다양하다. 킨텍스, 꽃박람회, 호수공원, 정발산, 한류우드 그리고 일산노인(?), 일산 노인은 누대로 살아온 일산에 살다가 일산이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해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신도시에서 쫒겨난 노인이 새 건물에 화풀이를 하지 않고 왜 오래된 건물에 불을 질렀을까? 서울 사람이 신도시를 차지하여 서울의 것들이 미웠는가? 풍경은 조야하고 가볍고 원주민과 오래된 땅의 기억들은 배제되었다.

 

심학교에 내려서 이리저리 걸으며 건물을 보며 풍경을 찍는다.

출판인의 꿈이 이루어진 곳, 이제 지난한 도정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넘긴 듯한 작은 도시에 오후의 햇살이 기분좋게 따뜻하다. 출판 도시를 꿈꾼 이기웅 이사장, 출판사 대표들, 그 꿈을 현실화하면서 다른 도시를 만들려고 했던 건축가들을 생각한다.

 

플로리안 베이글 교수는 이 도시를 위한 개념작업에서 ‘불확정적 공간 Indeterminate Space’라는 말을 제시하였다. 건축은 거주자를 위한 인프라이며, 주로 비워진 이 하부구조에 의지하여 거주자가 삶의 풍경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건축에서 프로그램이나 건축의 합목적성은 중요하지 않고, 프로그램은 거주자의 의지나 상황의 변화에 의해서 쉽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그 건축이 놓이는 장소이며 건축의 형식은 장소성이 결정한다는 것, 따라서 이 장소에 속하게 된 건축은 주변과 더불어 또 다시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은 거칠고, 조악하고, 삭막한 도시가 아닌 공동성을 실현하고져, 개인의 욕망을 추구하지 않고 공동의 가치를 회복하고져 했다고 한다. 무분별한 자기 탐욕을 억제하고, 황폐한 우리의 도시 문화에 새 이정표를 만들자고 다짐했고 실행에 힘을 쏟았다.

 

아파트가 없고, 키 큰 교회가 없고, 학원이 없고, 요란한 간판이 없고, 식당과 부동산 중개소는 있으나 많지 않다. 도시는 기억과 욕망의 산물이다. 이 도시는 기억은 축적하며 욕망은 절제하며 진행되고 있다.

장소에 대한 탐색과 삶에 대한 성찰이 건축을 만들며, 그 건축의 재료 또한 신도시의 건물이 애용화는 경박한 것들, 금속 판넬, 돌, 반사유리가 아닌 녹슨 철판, 노출콘크리트, 반투명유리, 나무로 풍경을 보탰다. 작으려한 건축, 탐욕을 제어하고 겸손한 건축,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려는 건축들이 신도시와 달랐다.
 

갈대가 흔들리는 풍경, 봄 햇살과 더불어 안온하다. 내가 오전에 달렸던 길을 역으로 거닐면서 근래에 같은 시점에서 탄생한 숲속길 마을, 책향기 마을, 노을빛 마을과 전혀 다른 이 작은 도시에서 편안함을 여실하게 느낀다. 그것은 건축이 있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것들, 이를 테면 갈대와 억새, 습지와 거기에 서식하는 미물들, 철새들, 서해의 낙조, 따뜻한 미풍과 찬 겨울 바람, 심학산 오르는 길과 봉우리등등. 영원한 것들과 변하는 것들에 대한 찬탄과 경외의 마음으로 건축의 위치를 낮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습지에 포장 도로가 나면서 시작된 인공의 것들은 환경에 반할 수밖에 없다. 렌조 피아노는 건축을 오염된 예술이라고 했는데 건축은 오염하는 예술로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염되어진 건축이지만 오염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산교 난간에서 나는 이 도시와 이 건축들이 우리 시대에 우리가 지향하는 풍경인가를 물어본다. 덧없는 것들속에서 윤곽이 있는 듯 하다.

다리 건너에는 정읍에서 옮겨온 김동수의 별채가 고민처럼 화석처럼 있다.

1999년 9월 9일 9시에 준공한 인포룸의 서쪽에는 그 후에 지어진 범우사 건물이 서해를 가리고 있어 책에서 본 것 같은 근사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오전에 마라톤으로 여기를 달렸고, 오후에 빈머리로 여기를 걸었다. 오전에 여기를 달렸던 마라토너들은 이 도시는 마라톤의 벽, 30km에 있는 이상한 건물들이 있는, 아파트와 학원과 김밥집과 부동산 중개소가 없는 낯선 도시지만 왠지모를 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에게 좋은 도시는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마라톤으로 비어진 머리는 사물과 사실을 관대하게 느끼게 한다. 우리 도시와 사회의 희망을 본다.

일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나는 원래의 도시 풍경으로 돌아가면서 노신의 말을 중얼거린다. "희망이란 본시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생각의 배반이라 해야 하나? 길지도 짧지도 않은 봄날의 해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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