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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untaineering - 산이 거기에 있어서


  
 정산(2010-07-14 13:39:50, Hit : 3847
 낙남 8차 산행 (돌장고개~유수교)-깔끔, 쌈박한 산행

낙남정맥 8차 산행 (돌장고개~유수교)-깔끔, 쌈박한 산행

2010.7.3~4

 

돌장고개 -무선산 1:09

무선산-진주축협 1:05

진주축협-진주분기점 2:50 (25분간 아침)

진주분기점-실봉산 1:11

실봉산-나동터널 0:27

나동터널-유수재 0:27

유수재-유수교 0:45

 

03:06 산행시작

11:00 산행종료 (27km 7시간54분 소요)

 

백두 대간을 끝내고 9정맥 종주에서 낙남의 2구간을 남겨놓은 사람에게 물었다. 어느 산 줄기가 기억에 남느냐고? 낙동이 아무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산이 높아서인 것 같다. 나머지는 그 산이 그 산인 산줄기다. 왜 끝까지 했나요? 남들이 그렇게 하니까. 기맥과 지맥도 좋아요...

그 산이 그 산인 산길을 8시간 걸었다. 그 산이 그 산이어도 걷는 마음은 같을 수 없다. 가는 곳은 모두 낯선 곳이다. 날씨가 좋으면 내 고향 바닷가 조망이라도 희미하게 있을텐데. 산 위에 산이 희미하게 있고 희미한 산 위에 바다가 더 희미하게 보이리라 예상했는데. 서울에서 천리 떨어진 진주의 산길을 뚜벅 뚜벅 걸었다.

 

초반부터 선두가 넝쿨길로 들어서자 헤드랜턴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AAA 바테리 3개 중에서 한 개가 앵꼬되었다. 앞 뒤 사람의 불빛에 신경을 바짝 세워 걸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지난 번 산행에서 옻이 올라서 애를 먹었다, 아니다. 지저분한 목욕탕에서 감염되었다. 아니다. 보사부에 전화해서 이 지역을 역학 조사케 해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생태계의 변이가 있는 것 같다 등등. 옻나무를 모르면서 옻을 조심한다고 토씨로 팔을 보호한다.

 

무선산을 지나자 넝쿨은 적어지고 길이 좋아진다. 1시간 후에 진주축협 생축사업장, 아스팔트를 따라 걷는 산꾼들의 등은 배낭커버가 울긋 불긋하게 커버하고 있다. 비가 올 때에 배낭에 있는 간식을 꺼내기 귀찮아 허기를 참으며 걷는다.

감, 배, 복숭아 과수원을 지난다. 자두를 몇 개 따 먹으니 허기가 조금 가신다. 외딴집에서 똥개는 우리를 보고 짖지만 숲 속에서는 꾀꼬리가 우리가 지나가면 노래하지 않는다. 과수원통과는 GPS가 없으면 알바 하기 십상인데 GPS를 가진 사람과 같이 갔는데도 알바를 했다. 

농촌 집을 지나고 농부를 만나고 밭을 가로지른다. 흙보다 더 새까만 얼굴이 소박한 삶을 증거한다. 흙에 코 박고 사는 사람들은 우리보고 뭐하러 이 새벽에 떼를 지어 산을 다니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나무 간판에 매실 가죽을 판다고 써 있다. 가죽은 매실 가죽이 아니라 귀한 가죽나무를 말함이다. 가죽에 대해 몇 몇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봐서 인터넷에 떠도는 것으로 대충 아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유순한 길에 구름도 없고 햇볕도 없고 시간이 가늠되지 않는 시간이 흐른다. 욕망의 진물들이 에너지들과 치환되는 듯하다. 습기 가득한 이런 날씨에 햇살이 따가우면 반 죽음일 것이다. 바람이 별로 없어 이마의 땀은 내가 훔쳐야 한다.

 

굴다리 5개를 지나야 하는 진주 분기점은 남북으로 10번 남해고속도와 3번 국도가 동서로 35번 대전-통영고속도가 헷갈리게 만나고 있다. 3번 국도는 남해 바닷가에서 시작해 서울 잠실대교를 지나 신의주까지 연결된다. 경호강을 끼고 가는 3번 국도변의 가을 풍경은 기가 막힌데 이제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다리 위에서 빠르게 지나치는 기억속의 것이 되었다.

진주 사람은 양반이라서 원문고개에 이르면 갓을 풀고 통영 읍내에 들어온다고 들었다. 이제는 고속도로로 바닷가 거친 동네에 바로 진입하면서 진주 양반은 폼 잡을 새가 없어졌다.

 

185m의 실봉산을 지나고 나동터널, 장난감 같은 붉은 6,7량의 경전선 열차가 서쪽으로 간다. 경상남도 삼랑진과 전라남도 송정을 연결하는 300키로 거리. 남도의 억센 사투리와 풍경을 안고 6시간 동안 달리는 늙은 열차는 남해고속도로에 접하지 못하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벗이 되어 꼬불 꼬불 느리게 간다. 삶은 계란과 홍익회(?) 맥주가 여전할 것이다.

진흙이 잔뜩 묻은 등산화를 턴다. 낙남을 두 구간 남긴 사람이 유수재에서 포장도를 따라 유수교로 가고 우리는 숲길로 접어든다.
 

대숲이 잠깐 이어지는 산길을 내려서면 그물과 골대가 여러 개 있는 유수분교가 있고 이내 종착지인 유수교에 도착한다. 정맥줄기는 가화강이 자르고 있다. 진양호 수문을 낙남쪽으로 내어 사천만에 이르는 강이 생겼다 한다. 산자분수령에 반하는 현장에서 산행을 끝낸다. 해가 남중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산행은 길었다.    

 

 

정동 토종집에서 땀에 절은 몸을 씻는다. 진양호와 가화강이 있지만 알탕이 가능한 곳이 마땅치 않다. 상체에 알통은 없고, 하체는 튼실한 사람들이 천진한 아이들이 된다. 상의는 찬물에 헹궈서 대충 짜서 다시 입었다.

토종백숙에 제조상궁이 만든 소맥을 시끄럽게 마신다. 닭죽의 맛은 거기가 거긴데 이 집은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담백함과 고소함이 혼융된 듯하다.

27km, 8시간 산행, 이렇게 장거리 산행을 해야 뭔가 한 것 같다고, 나는 장거리 체질인가벼!!! 목소리가 커진다. 비워버린 몸 속으로 알콜과 더불어 속진들이 신속이 유입되고 있었다.

 

유수철교를 배경으로 미리 하는 졸업식 사진을 찍고 13시45분에 버스에 오른다. 이것으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나의 낙남줄기 산행은 종료된다. 3구간이 그들과 함께 하는 인연이었다. 익명의 닉네임으로 몇몇이 기억되며 후일 산에서 혹시 만나면 반가울 것 같다. 빠진 구간을 때우고 남은 구간을 야무지게 할 생각은 없다. 지속과 단속 사이에서 느슨하게 끼어든 낙남은 처음부터 예상된 어정쩡한 것으로 지나간 것과 다가 올 것 사이에서 시절 인연에 따르리라...

눈을 뜨니 눈에 익은 신탄진 휴게소, 상의는 말랐지만 땀냄새는 고약하다. 서울에 17시 30분에 도착했는데 해가 아직 중천에 있어 산행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시간은 생경했다. 이 산행을 누구는 깔끔하다고 하고 누구는 쌈박하다고도 한다.
 

 

2010.7.14 정산




정제용 나머지 산행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산으로 이끄는지 알 수 없지만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것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영신봉에 올라 낙남의 산세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반추할 기회가 있겠지요.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2010-07-17]
정산 기분전환으로 콧구멍에 바람 쐰다고 빠지고, 다음번 구간은 친지 모임이 있어 또 빠질 수 밖에 없구요.
편하게 데려다 주고 내려 주는 "좋은사람들" 산행이 대충 아쉽습니다.
영신봉에는 가야지요.
폭염을 잘 다스리세요.
아침에 4키로 뛰니까 더 이상 뛰고 싶은 마음이 없어 땡칠이 핑계대고 털레 털레 걸었습니다. 땀 많이 납디다.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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