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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Mountaineering - 산이 거기에 있어서


  
 정산(2010-08-26 18:10:11, Hit : 3833
 일본 북알프스 산행기, 여행기2

8

제3일 8월 16일

야리가다케(槍ヶ岳) 산장-야리사와 롯지 4.1km 2:52

야리사와 롯지-요코산장(橫尾 1,620m) 4.1km 1:12

요코산장-가라사와 롯지 분기점 5.0km 1:47 (휴식 30분)

가라사와 롯지 분기점-호다카다케산장(穗高岳山莊2,996m) 2.0km 2:04

15.2km  10시간 8분 산행(06:14~16:22)

 

4시에 기상했는데 밖은 비가 내리고 구름이 짙고 바람이 세차다. 1시간 정도 잔 것 같다. 희박한 공기에 적응했는데 일행중에서 고산증으로 밤새도록 잠을 못 자고 구토를 한 사람도 있었다.

산행은 예정된 코스를 버리고 긴 우회코스로 변경되었다. 다이키렛토가 종주의 하이라이트인데 이런 날씨엔 위험도가 3.5쯤 된다고 한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4.0, 벼락이 치면 5.0으로 제일 위험하다고 한다.

 

알피니즘은 길이면 가지 말라고 역설한다. 알프스에서 유래된 산악운동은 고도의 위험을 동반한다. 머메리는 등정주의 대신에 등로주의를 주창했으며 가이드가 있는 산행을 배척했다.

 

가이드는 비와 바람과 안개 속에서 다이키렛토는 위험하고 조망이 없어 간다는 게 무의미 하다고 했다. 식수를 조금만 가지고 롯지와 산장에서 공급 받고 산장에서 티슈로 몸을 닦고 양치를 하면서 다다미 방에서 잠자는 산행을 하는 우리는 살아서 돌아가는 산행에 충실해야 한다. 1년에 20명씩 죽는다는 이곳에서 우리는 무모할 수 없다.  

호사를 누린 것들이 부끄럽고 한국산에서의 경험과 인터넷에서 주워 들은 지식들이 왜소해 진다.

칼날 바위에서 비바람이 차고 짙은 안개 속에서 1~2미터의 시계도 확보되지 못해 앞으로는 진로가 없고 뒤로는 퇴로가 아득할 때 그런 산행을 치고 나간다는 건 서울에서 머리로만 한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능선에 실재하는 어려움과 위험이 복합된 가지 못할 길은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우리가 코스를 변경하여 내려 서는 그 시간에 위험 지대에 등로 하려는 인간들이 있었다. 개인의 서사에만 기록되는 산행에 그들은 용감하게 끼어 들었다..

 

내려가는 길에 돌풍이 불자 몸이 흔들린다. 생경한 공포감에 갈지자 내려서는 길에서 몇 번 있었으나 고도가 낮아지면서 바람도 약해졌다. 내려가는 길이 어제 우리가 올라왔던 길인가를 의심 할 정도로 시간은 많이 걸렸다. 한참 아래서 우리들은 우리가 가려 했던 능선을 아쉬운 마음으로 보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키 큰 배낭을 지고 올라오는 고등학교 산악반 아이들을 시탁형이 유심히 관찰했다. 예쁘장한 여학생들의 배낭은 조금 작고, 못생긴 여학생들의 배낭은 크다. 시탁형은 여기서 그만의 진리를 발견한다. 못 생긴 게 죄다. 공부밖에 할 게 없는 우리 아이들과 힘들게 산에 오르는 일본 아이들이 대비된다. 배낭의 무게에 짓눌린 여학생은 울면서도 오르막을 오른다.

이 곳에 오는 산행객은 대부분 일본인이고 외국인으로는 한국인이 제일 많다고 한다. 외국인이 산을 탄다면 일본 알프스에 오지 않을 것이다.  

야리사와 롯지를 지나고 요코산장까지 어제의 반대방향으로 내려왔고 이제부터는 오르는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을 가로 질러 오르고 산죽 밭을 지나 고도를 높여 간다. 만년설을 밟으며 만년설이 녹은 물에 정신이 번쩍 드는 세수를 하고, 그 물을 받아 마신다. 만년설 아래로 얼음물이 흐른다. 가라사와 롯지 분기점에서 성호는 뷰테로 나와 시탁형은 고야로 갔다.

 

 

뷰테와 고야 사이에 야영지가 있다. 꾼들은 비박을 최고의 호사로 친다. 우리는 비박도 텐트도 아닌 최저의 호사로 다다미방을 예약했다.

라면과 주먹밥을 먹고 똥을 눈다. 화장실은 벽소령 산장의 냄새가 나는데 똥파리는 윙윙거리지 않는다.

 

 

만년설의 끝에는 호다카다케가 안개가 우리를 빨아들인다. 고야의 난간에서 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모두들 한 커트씩 한다. 14:00에 고야를 출발한다.

이제 우리는 만년설과 안개에 익숙하여 경탄이 전처럼 크게 오지 않는다.

 


 


 


 

너덜지대를 지루하게 지나면서 천천히 걷고 쉬면서 고산에 적응을 한다. 시끄러운 소리가 뒤에서 들리는데 우리 팀의 소리가 작거나 없었으면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오리무중이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능선의 경계는 수시로 바뀌고, 그 모호한 미립자 군집 너머로 직벽구간을 쇠사슬과 사다리에 의존하여 숨을 헐떡이며 오른다.

 

 

마지막에 눈밭을 지나자 바로 앞에 산장에 있었다. 산장 앞에 만년설이 석축과 사이를 두고 특별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많이 걸은 듯한데 실제로는 15키로 남짓이다. 산장은 안개에 묻혀 희미하지만 우리에겐 아늑하다.

 

육면체 빗물 저수조가 여러 개 있고 태양열 집열판이 경사 지붕에 있고 바람개비가 전기를 만들고 있다. 목제로 지어진 산장은 날씨 때문인지 산행객이 적어 34명 수용하는 방에 16명의 우리가 널널하게 차지했다. .

방 입구 왼편으로 중2층이, 나머지는 오픈되어 아늑함과 개방감을 적절하게 구성하고, 복도에 면한 천장 부위엔 환기를 위해 뚫려 있다. 봉우리 사이에 폐쇄공간을 잘 설계하여 등산객에게 편리하고 편안하다. 건조실에서 배낭과 옷을 뽀송뽀송하게 했다.

반찬이 어제보다 맛있다. 맛있게 먹는 음식 체험은 여행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홀에는 호다카다케의 사계를 비디오로 틀어주고 있다. 우리가 오늘 올라 온 길이 아름답게 영상화되어 있었다.

 

산에서 평정심을 갖기 어렵고 술을 마시면 평상심을 갖기 어렵다. 산에서 술을 마시면 말을 아끼는 시인이 되던가 흥분하는 다변가가 된다. 우리는 어울려 소주를 마시고 시인이 되거나 다변가가 되는데, 일본인들은 맥주 한 캔을 홀짝 거리며 과묵한 그대로다.  

산에서 일본인들을 만나면서 나의 편견이 옅어졌다. 영토나 국가의 구분 없이 웃으면서 오하이오 고자이마스, 곤니찌와, 내려서면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비킨다. 우리는 그게 잘 안 된다. 스틱을 뒤로 제끼면서 뒷 사람의 눈을 찌를 듯한 위험한 산행이 여기엔 없다.

이곳에선 한국과 일본의 우월함과 열등함이 없다. 고대 문명을 전수했다, 식민 지배를 했다는 생각은 없다.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상식들이 있고, 땀 흘리며 올라오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웃음을 짓는 예의가 있다. 그리고 깨끗하다.

거기엔 작은 미소와 곤니찌와가 강물처럼 흐른다. 어디서나 개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피해를 받지 않으려는 선의이다.

산장은 주거기능을 최소한으로 구비하였다. 자고 먹고 싸고 쉬는 공간 중에서 우리와 다른 게 식당이다. 이른 아침에 많은 인원의 식사를 정확하게 제공해 준다. 기념품은 의외로 엉성하다.  

 

산장 바깥은 안개에 쌓여 어제 같은 잠깐의 장려한 일몰이 없었다. 코골이파는 문 입구 쪽으로 안골이파는 안쪽으로 나뉘었다. 물티슈로 얼굴의 땀을 닦아 내고, 발을 닦아 냄새를 제거했다. 상의는 냄새가 나지 않고, 바지는 냄새가 고약하다. 3000미터 산장에서 바람이 알미늄 샤쉬를 흔드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에 들었다.

 

 

제4일 8월 17일

호다카다케산장-오쿠호다카다께(臆穗高岳3190m) 1.0km 0:40 15분 휴식

오쿠호다카다께-기미코타이라(紀美子平) 2.0km 1:20 15분 휴식

기미코타이라-다케사와산장(岳澤 2,180m) 2.0km 1:40 25분 휴식

다케사와산장-가미고지 4.5km 1:35

9.5km 6시간 10분 (05:50~12:00)

 

어제와 달리 오늘은 날씨가 맑아 여명과 일출을 볼 수 있었다. 데크에서 긴 시간을 기다려 짧은 순간을 환호했다. 기념 사진을 찍고, 2달에 5번 볼 수 있는 행운에 고마워했다.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눈앞의 직벽을 오른다. 돌아보면 야리가다케의 날카로운 창 끝이 계속 하늘로 향하고 있다. 호다카다케 직전의 돌탑에 두 개의 돌을 얹으며 소박한 기원을 한다.

 

 

거제도 아지매들이 계를 해서 천왕봉에 오르면 무척 시끄럽다. 우리도 천왕봉, 대청봉에 오를 때 시끄럽게 인증샷을 하듯이 3190미터에서 순서를 기다려 그렇게 했다. 시탁형은 액자에 담을 사진을 생각하는 듯 했다. 여러 명이 인증샸을 했다. 그리고 가이드한테 주변 산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오쿠호다카다케는 일본에서 3위, 1위는 후지산, 2위는 기타타케다. 막힘 없는 전망 멀리 후지산이 보인다. 발 아래는 온통 깨진 돌들이다.

이후는 계속 내리막이다. 내리막의 기울기는 급하게 연속된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가 아닌 기미자...기미코타이라(紀美子平)에서 조망조 훌륭했다. 마에호다카다케는 가지 않는 것으로 했다.  

빙벽에서 자일파티는 신년휴가를 얻어 이 곳을 등정하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자일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해 한 명이 죽는다. 1907년생인 작가 야스시는 겨울에 마에호다카다케에 직접 올라 그 잔혹한 알프스를 경험했을까?

친구를 수습하여 다비식 하는 날, 그 친구의 여동생으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죽은 친구에게 허락과 축복을 받으러 산에 들었던 친구는 낙석을 맞고 산장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오빠와 약혼자를 모두 산에 묻은 여자는 가을에 호다카다케를 오르기로 한다. 오빠와 약혼자는 마에호다카다케에서 운명이 갈렸지만 종국에는 산에 묻히는 같은 운명이었다. 전후 발전하는 도쿄의 도시인과 산악인의 내면을 가로막은 커다란 빙벽은 TV로도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내려올수록 바위색 보다 초록이 많아진다. 만년설은 종일 햇볕을 받아도 녹지 않는 게 신기하다. 그 이유는 냉장고에 일 주일된 얼음과 한달 된 얼음의 차이일까?  

파노라마 뷰포인트에서 조망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명기 형님과 위호선과 박보장기, 야바위 제비 뽑기, 상갓집 도리지고땡,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내려선다. 급경사 위험 구간을 지나고 다케사와 산장에서 잠시 휴식한다. 이정표의 그림들이 재미있다. 월파가 움직이는 돌을 딛는 바람에 입술을 조금 다쳤다고 한다.

 

 

너덜 길을 다 내려서고 가미고지의 중간쯤에 바람 골에서 땀을 식힌다. 습윤한 숲길, 흙길이 끝나고 하동교, 염천세상에 회귀했다. 족욕을 하는데 버스가 도착했다고 빨리 오란다. 산행이 끝났다.

차 안에서 주먹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급하게 구로베 댐으로 향한다. 이제부터 다테야마 알펜루트 관광이다.

 

투 비 컨티뉴드---------------

 




정제용 일본 산, 일본 산 문화 , 함께 했던 우리 일행들 그리고 아들 재훈이.
다녀온 지 어언 2주가 되었는데도 여운이 참으로 오래 남습니다.
아마도 제가 경험한 일들이 무척 의미깊고 강렬하게 다가왔었나봅니다.
산행내내 일본 영화 '러브레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산에서 죽은 애인을 잊지 못하는 이야기, 물론 산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일본인들이 보고 느끼는 산은 제가 알고 있는 산과는 차이가 컸습니다.

비로소 저는 산을 산 그 자체로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억이란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는 의식이라 본다면 과거는 현재 속에서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라는 실체는 없고 현재의 범위만 있다면 현재의 저의 의식을 지배하는 저 강렬한 기억이 꽤 오래 갈 듯합니다.

형님과의 여행을 통해 형님의 세심한 관찰력과 민감성에 놀란답니다.
저도 언뜻 보면 허접할지라도 차분히 ,세심히 보면 볼 것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다음 여행을 기다려 봅니다.
[2010-09-01]
정산 재훈이에게도 좋았겠지만 어른들에게도 아주 좋은 산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산을 그 자체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재의 의식을 지배하는 강렬한 기억이 꽤 오래 갈 것 같다.
저도 그렇습니다.
선계(仙界)를 다녀왔지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산에 오르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은 듯 합니다.
옥(玉)의 질은 옥(玉)이 아니라 옥(玉)의 티가 결정한다고 하는데, 산 문화는 산이 아니라 인간의 쓰레기가 결정한다고 감히 씨부렁 해 봅니다.
공부가 많은 제용씨한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빙벽"을 읽는데 아는 지명과 산이 나오니 반가워 마나님한테 읽을라고 했는데 가보지 않아 지명을 모르니 나하고 좀 다르겠지요.
내가 태어난 해 발표된 단순 플롯의 소설에서 심산씨는 눈 속에 동사되어 눈이 차곡 차곡 쌓이는 걸 슬퍼하는 주인공의 이런 도저한 슬픔의 서정성이야말로 몇 세대에 걸친 산악인들을 "빙벽"으로 끌어들인 불가사의한 마력의 원천이라고 했습니다.
한번 더 산행을 했습니다.
[20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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