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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10-04-04 15:59:56, Hit : 3937
 위난(危難)과 구난(救難)의 죽음

 


위난(危難)과 구난(救難)의 죽음

 

26일 금요일, 9시 반. 80m길이의 1200톤 초계함이 원인 모를 원인으로 두 쪽으로 나뉘어 함수와 함미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라앉았다. 긴박한 상황에서 함수에 있던 수병들은 구조되었고, 함미에 있던 수병들은 구조되지 못했다. 수병들은 졸지에 무언가에 당했는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기뢰와 어뢰, 버블젯트가 원인으로 난무했고, 함미는 어디 있는지? 실종자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지 못했다.

위난의 상황에서 구난을 담당한 국가는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침몰의 원인을 알지 못했는지? 말 못하는지? 국민들은 답답했다. 규명과 구명의 여론이 비등했지만 날씨와 바다는 야속하게 규명과 구명을 도와주지 않았다.   

위난의 바다속에서 구난을 기다리는 시간들은 대책없이 흘러갔다.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는 조수 간만의 차이가 커 물살이 빨랐고, 바닷물이 차가웠고, 바람이 심하고, 비까지 내렸다. 바다위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바다밑은 짙은 흙탕물로 암흑이었다.

 

위난과 구난은 연결되지 못해 부재자들의 생사는 계속 모호한 영역에 있었다. 구난은 유속이 늦은 정조때를 기다려야 하니 바다에서 해군은 어쩌지 못하는 시간이 더 많게 보였다. 

 

중앙일보의 인포그래픽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바다 위와 바다 아래를 조감도와 입면도와 아이소메트릭으로 다중 표현하여 대형참사에 대해 이해를 도운다.  

3월 30일은 해군 구조 전력 총 동원한 수색 작전,

31일은 천안함 내부 수색과 선체 인양 시나리오,

 

언론은 바다와 바다위의 함정은 그 자체가 비상상황이라고 말하면서 절망과 분노를 썼다. 백령도는 다이버 동호회들의 안온한 놀이터가 아니라고 하면서 어떻게든 수색이 되어야 한다고 썼다. 이곳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물살이 빠르고 험한 곳이다.

함미는 사고 이틀뒤에 까나리를 잡는 6.5톤 짜리 작은 어선이 발견했다. 함수와 함미는 7km떨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조류 속도가 시속 10km 정도라니 그렇게 많이 떨어진 것이 이해가 된다.

 

30일에 함수의 함장실 진입을 위한 인도용 밧줄을 매던 베테랑 잠수사가 죽었다. 나와 동년배의 직업 군인,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잠수사, 한주호 준위, 그는 "UDT전설", "바다의 사나이", "UDT 전력의 1/3, 아니 UDT 전력의 전부"였다.

그는 사흘 연속 잠수했다고 한다. 하루 잠수 하면 24시간은 쉬어야 하는데 고령임에도 너무 무리했었다. "군인은 지시하면 어디든 간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 그 단순하고 무서운 신조는 외적인 지시, 내적인 자발적 의무감이 되어 그를 계속 잠수하게 했다. 75년 군문에 들어와 35년을 근무했고 바다에서 영면했다.

 

 

죽기 하루 전날에 슈트를 입은 그의 사진은 안타깝고 힘들어하는 노병의 모습을 보여준다. 차분할 수 없었던 우리가 그를 죽게 한 것은 아닐까? 그는 밀려서 잠수했고, 타살된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공동정범처럼 생각되었다.  

YTN은 날씨와 파도에 따라 수중 수색의 재개와 수색 취소를 뉴스로 반복적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재개는 짦은 희망이고, 취소는 긴 절망이었다.

 

3일 토요일, 고 한주호 준위의 해군장(海軍葬)을 시청한다. 영정속에 고인은 모자를 쓰지 않았고, 왼가슴엔 그의 자존적 자부심인 UDT/SEAL 마크가 선명하다. 잘생긴 아들과 여드름 많은 대학생 딸과 3살 많은 부인이 있었다. 언제 올지 모른다고 전화 하더니만 영 가셨다고 부인은 오열한다.

조사를 읽는 해군참모총장이 눈물을 흘렸고, 추도사를 읽는 김창길 후배는 눈물이 코를 타고 입으로 흘러 들었다. 특전요원들도 싸나이(?) 굵은 눈물을 삼켰다. 상륙작전의 선봉, 국가 안위에 필요한 사나이들의 눈물은 강렬한 삶을 살았던 군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존경의 송가였다. 인간이 만든 헛것 같은 세레모니속에 한 직업군인이 공동체적 영웅으로 승화되고 있었다.

 

초인적인 훈련을 통해 국가와 명령에 따르는 단순한 삶을 지향했던 사나이. 지옥주, 생식주, 똥통잠수등, 모든 훈련이 레전드를 만들었다. UDT 대원은 불가능은 없다. 불가능이 없게 훈육 되어야만 하는 대원을 도와 주는 것은 잠잘 때 불러내어 훈련시키는 것이라고...가능만을 만드는 가혹함속에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부대원의 반이 그의 제자들이라고 한다.

문정희 시인, 정진홍 논설위원, 이근배 시인들이 영웅에게 보내는 찬가, 송가를 신문에 실었다.

 

장송곡에 따라 국민이 호곡하고 있는 중에 45m 뻘밭에 갇힌 속수무책의 죽음들이 오버랩된다. 그들 각자도 한준호 준위와 다름 없이 헌신과 살신의 숭고한 가치가 왜,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잘 안다. 이들도 해군장으로 치러진 구난의 죽음과 같이 통절히 애도 되어야 할 것이다.
 

 

4월 1일자 중앙일보의 1면에 비를 맞고 묵묵히 가는 해병대 사진이 실렸다.

지쳤지만... 멈출 수 없다. 지쳤지만 구난은 계속되어야 하는 엄중한 지시가 흩뿌리는 빗속에서 잔인하고 고결하다.

 

불가항력은 순식간에 참혹하게 덮쳤다. 수밀 격실에 갇힌 수병들, 암흑속에서 무섭고 배고프고 고통스러운 시간, 함미는 뻘에 90도 쳐박혀 수밀 격실은 공간은 벽이 천장과 바닥이 되고, 바닥과 천장이 벽이 되는 기이한 구조물이 되었다. 중력에 맞추어 제작되고 부착된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잃은 공간에서 수병들은 캄캄한 밤을 지쳐가며 밝은 공간을 기약없이 기다렸을 것이다.

위난과 구난의 공간적 거리는 45m밖에 되지 않지만 짙은 암흑과 견고한 강철로 지근거리가 아니었고, 위난과 구난의 심리적 거리는 날씨와 조류로 좁혀지지 않았다. 위난을 향한 구난은 표리부동의 서해 바다에서 제한적이고 어려웠다. 구난의 희생위에서 조금 가까워졌다.  

 

롱펠로우의 인생찬가는 젊은 시절 우리에게 영웅의 꿈을 꾸게 했다.
 

"이세상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말 못하고 쫓기는 짐승이 되지 말고,

싸움터에 나선 영웅이 되거라"

 

최원일 함장은 살아왔지만 목숨을 겨우 부지한 패장처럼 궁색했고, 구조된 수병들은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수병들은 싸움터에 나선 영웅이 되지 못했다. 해군 홈페이지에 있는 네티즌의 시가 네티즌을 울렸다.

 

772함 수병(水兵)은 귀환(歸還)하라 

772 함(艦) 나와라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린다. 

칠흑(漆黑)의 어두움도
서해(西海)의 그 어떤 급류(急流)도 
당신들의 귀환을 막을 수 없다
작전지역(作戰地域)에 남아있는 772함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772 함 나와라
가스터어빈실 서승원 하사 대답하라
디젤엔진실  장진선 하사 응답하라

그 대 임무 이미 종료되었으니
이 밤이 다가기 전에 귀대(歸隊)하라.

-중략


우리가 내려간다
SSU팀이 내려 갈 때 까지 버티고 견디라.

772함 수병은 응답하라
호명하는 수병은 즉시 대답하기 바란다.

남기훈 상사, 신선준 중사, 김종헌 중사, 박보람 하사, 이상민 병장, 김선명 상병, 강태민 일병, 심영빈 하사, 조정규 하사, 정태준 이병, 박정훈 상병, 임재엽 하사, 조지훈 일병, 김동진 하사, 정종율 중사, 김태석 중사, 최한권 상사, 박성균 하사, 서대호 하사, 방일민 하사, 박석원 중사, 이상민 병장, 차균석 하사, 정범구 상병, 이상준 하사, 강현구 병장, 이상희 병장, 이재민 병장, 안동엽 상병, 나현민 일병, 조진영 하사, 문영욱 하사, 손수민 하사, 김선호 일병, 민평기 중사, 강준 중사, 최정환 중사, 김경수 중사, 문규석 중사.

호명된 수병은 즉시 귀환하라
전선(戰線)의 초계(哨戒)는 이제 전우(戰友)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살아서 귀환하라
이것이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이 부여한 마지막 명령(命令)이다.

-후략

 

수병들에게 부여한 마지막 명령은 명령이 아니다. 지치면서 체념에 든 수병 스스로 이행할 수 없는 성립되지 않는 지시, 부응할 수 없는 상명하복 체계 너머의 것이다. 해군 홈 페이지에는 명령의 시가 난무했다. 호곡으로 이해한다. 
  

영결식 하루 전에는 실종을 도와 주던 저인망 쌍끌이 어선이 침몰되어 선원 9명이 실종되었다. 생업을 잠시 접고 수색을 돕던 민간 어선의 사고는 또 다른 구난의 죽음으로 순직의 애통함과 다르지 않다. 재난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좀 더 정밀해야 할 것이다. 위난의 범위나 규모는 예측이 어렵지만 구난은 위난에서 실현되는 예측가능한 인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해군 원사로 정년을 마친 사촌 형님의 전화가 있었다. 내 가슴이 철렁했다.

9일만에 남기훈 중사의 시신이 발견되자, 실종자 대표들은 더 이상 위험한 실종자 수색을 중단 하라고 가슴 아픈 결정을 한다.  

군은 이제 2200톤 급 크레인으로 함수와 함미를 인양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꾼다. 앞으로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었으면 한다.
 

2010.4.4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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