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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08-08-18 16:06:09, Hit : 3275
 윤소장님 영전에

윤소장님 영전에

윤소장님 영전에

 

형님의 갑작스런 죽음을 전해 듣고 며칠이 지났지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평화봉사단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는 날, 그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저보다 5살 위인 형님과의 인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아주 오랜 전 00문화회관 콤페 때 처음 만났지요. 말없이 스케치만 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 후로 형님은 저의 직장 상사로, 인생의 선배였고, 건축인의 스승으로 2년 반을 같이 지냈읍니다.

00제약회사 사장댁 설계로 제게 주택 설계의 프로세스를 몸소 보여 주시고, 00 스포츠 센터 설계로 기능과 동선의 개념을 익히게 해 주셨으며, 00대학교 음대 실시설계로 상세 설계의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산비탈레 주택의 마리오보타에 감탄하시고, 안도의 주택을 좋아하시던 감수성 많은 건축인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야근과 고적답사로 정이 들었고, 때때로 고집을 피우는 저에게 퇴근 후 파전과 막걸리로 다독여 주시던 정 많은 형님이었습니다.

시저 펠리를 놓고 갑론을박 하다가 술상을 뒤 엎은 치기 어린 동생을 격정적인 젊은이라고 관대하게 용서해 줄 때에 저는 한없이 작고 부끄러웠읍니다.

2년반의 부대낌 뒤로 저는 다른 직장으로 옮겼고, 형님은 그 곳에서 열심히 근무하시어 임원으로 승진하셨습니다. 이후 간간히 전화로 연락을 하고, 만나서는 술잔을 기울였지요.

 

젊은 날의 화석화된 열정들을 떠 올리면 누구보다 형님이 먼저 생각납니다.

형님이 40줄에 들어섰을 때에도 형님은 여전히 젊었는데, 형님보다 세속화되어 버린 제가 더 늙은이처럼 행동했읍니다.

사무실에 일이 없어서 안도가 설계한 주택의 모형을 만들면서 좋은 스터디를 했다고 소년 처럼 자랑하던 일을 저도 흉내 내어 안도의 주택 모형을 만들어 보았던 것은 좋은 배움이었읍니다.

IMF광풍에 사무실 문을 닫으려고, 직원들에게 이야기 하려던 시간에 아파트 재개발 설계가 재개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사무실을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슬픈 전설같았지요. 장난 같은 세상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파이팅을 외쳤지만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자학하던 습관을 바꾸지는 않았지요.

 

한강 야경을 찍는다고 형님의 아파트에서 흔들리던 사진을 찍던 일, 흔들리던 우리들이 형님 집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던 일이 까마득한 옛 일이 되어 버렸지요.

건축이 우리의 전부인 줄 알았던 우리에게 건축은 골 깊고 봉 높은 산처럼 지금도 그러한데 그 그러함을 여전히 모르고 있다고 슬퍼했지요.

건축을 버려야 더 큰 건축을 얻는다고 알 듯 모를 듯한 술 취한 이야기로 밤을 새웠지요.

 

이제는 만날수 없는 형님은 먼 먼길을 가시었네요. 우리시대의 로맨티스트, 형님은 갔습니다.

형님을 기억하는 후배는 얄궂은 운명앞에 담담한 마음으로 말합니다. 건축으로 시작하여 세상사는 일로 세상에 봉사하던 일로 세상과 인연이 다했으니 형님의 생은 베풀었던 삶이었고, 그것이 우리가 젊은 날에 꿈꾸었던 우리들의 열정이 담긴 삶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먼저 가신 형님이 야속합니다. 그 옛날 우리들을 지배했던 열정들이 생각날 때, 술 한 잔 받을 형님이 없으니 형님을 데려간 운명이 야속합니다.

카메라 하나 달랑 어깨에 메고 1박2일로 해인사로 떠나자고 술마시고 했던 약속은 서로가 영영 지킬 수가 없게 되었네요.

형님, 이제 건축을 잊고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2008.8.18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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