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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08-10-31 22:03:52, Hit : 3378
 10월의 마지막 밤에...

10월의 마지막 밤에...

 

한 주의 마지막 금요일, 아침에 가을 비가 내렸다.

10월의 마지막 날, 해마다 10월 그날에는 ...

 

우우우우~~~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어김없이 공중파를 타고 흐른다.

 

-작사가인 박건호씨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시 소설 시나리오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대문호가 되고 싶었다"면서 "문학은 항상 내 고독과 그리움의 도피처였다"고 말했다.
그는 1969년 불과 스무 살 나이에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서문이 실린 '영원의 디딤돌'이란 시집을 펴낼 정도로 글재주가 좋았다. 허나 "외투 한 벌 살 돈이 없는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가요 가사를 쓰기 시작했지만 "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문학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했다.
박씨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80년 대 후반,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언어장애와 손발이 마비되는 중풍을 앓게 되면서 동료도 하나둘씩 발길을 끊었다." "오직 글을 통한 대리감정 속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1989년 시집 '타다가 남은 것들'을 출간한 것을 계기로 2-3년에 한 권 꼴로 시집과 에세이, 투병기 등을 발표했다고 한다.
중풍과 시신경 장애 속에 신장과 심장 수술 등을 받으며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이었지만 "문학에 대한 부채의식이 글을 쓰라고 떼밀었다"고 했다.

잊혀진 계절은 박건호를 잊혀지지 않게 만들었고, 이용에게 많은 부와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26년이 지난 요즘도 10월이면 이용은 매우 바쁘다. 

 

-10월 29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SK와 두산의 3차전,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3:2 스코어, 두산의 9회 말 마지막 공격, 1아웃 만루상황, 안타 하나면 역전인 상황, 역전상황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두산팬들은 모두 다 일어섰고 나도 일어섰다.

김현수는 정대현의 초구에 2루 땅볼로 병살타를 치고 만다. 게임은 SK승리로 끝났다. 외야 플라이만 쳐도 동점이고, 기다리다 삼진이 되어도 다음 타자가 김동주인데 아쉬움이 크다.

3차전에서 이겼으면 승부는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른다.4차전에서 두산은 또 졌다.

5차전 10월의 마지막 밤,

9회 말 점수는 2:0이고, 1아웃 만루상황에서 또 김현수, 안타 하나면 역전인 상황, 김현수는 채병용의 초구에 투수 땅볼로 병살타를 치고 만다. 한국시리즈가 4승 1패 SK승으로 끝나는 순간이다. SK 채병용이 기쁨에 포효하는 동안, 김현수는 펑펑 울었다.

5차전에서 이겼으면 승부는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른다.

3차전, 5차전의 상황은 유사했고 공교롭게도  김현수에게 찬스가 왔었고 김현수는 두 번 다 병살타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병살타만 아니어도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혜성처럼 나타난 스무살의 타격 3관왕, 10월의 한국시리즈 성적, 21타수 1안타는 믿기지 않는 기록이었다.

타격 천재라는 그가 대선수로 성장할 지? 그저 그런 선수로 남을 지 모르지만 김현수는 두 경기의 그 순간들을 중요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는 운명적으로 10월의 마지막 밤을 만났고, 승부에서 졌다. 김현수에 의해 한 팀은 웃고 한 팀은 울었다. 승부의 고비에서 어린 선수는 자신의 위축에 절망했을 것이다.

 

 

-중학교 동창의 대학생 딸 아이가 어제 백혈병으로 갔다. 문상을 갔다 왔다. 자식이 죽어 아빠는 상주가 아니고 상복도 입지 않았다.  아빠는 10개월간의 치료에 힘을 들였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동창의 아픔을 위로할 말이 부재했다. 

10월의 마지막은 그에게 스무 살 딸이 아빠를 떠난 날이었다.

 

2004년 12월 조선일보에서 그를 만났었다. 

(전략)16일 오전 1시24분 천안 운주터널을 지나던 한국형 고속철이 시속 352.4㎞를 찍으며 ‘꿈의 속도’를 돌파하자 열차 안에 있던 30여명의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부둥켜안았다. 숨 죽인 채 무전기를 들고 상황을 지켜보던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김XX 개발사업단장도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중략)

 

그는 지난 8년여 동안 토요일, 일요일에 출근한 날보다 출근하지 않은 날을 꼽는 게 빠를 정도로 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그 결과, 마지막 관문이던 ‘시속 350㎞’를 기어이 달성해냈다. 김 단장은 “아내로부터는 ‘반쪽 인생’이란 불평을 들었고, 연구원들과 ‘우리는 1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이란 자조적 농담을 나누곤 했다”며 고된 연구 과정을 회고했다. (후략)

 

운명이 어느 날 도적처럼 와서 상처만 남기고 도적처럼 가는 10월의 마지막 밤인 것 같았다.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9호실, 여느 분향소와 달리 안타까운 슬픔만이 있었다.

 

-10월은 미국 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흔들고 실물경제를 추락시킨 달로 기억된다. 추락하는 경제는 불경기라는 이름으로 고단한 일상을 예고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침에 논현동 나산 백화점이 철거 중에 붕괴가 되어 작업중인 인부가 죽었다.

건설공화국의 우울한 지표들을 갈수록 힘을 발휘한다.

IMF때 우리는 할 일이 없어 무력했다. 그때처럼 무력한 시간들이 온다니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의 마지막 밤에 이용의 노래와 김현수의 승부와 친구의 슬픔이 교직된다.  노래를 듣고, 야구를 보고, 문상을 갔다 오고, 인터넷 신문을 보았다.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밤에 나는 할 일의 부재를 두려워한다. 11월이 되면 이용의 노래는 다음해 9월까지 까지 들리지 않고, 김현수의 절망은 희망으로 부활 할테고, 친구의 슬픔은 옅어질 것이다.

11월은 좋아질 것이다. 나의 11월도 두려움이 무력해졌으면 좋겠다.

 

2008. 10.31 정산 


                



이종민 모두들 슬픔을 딛고 나아가릴....너의 염원은 또 그러길 바란다.
[2008-11-14]
정산 잘 지내지?
새벽은 늘 태양보다 먼저 온다고...
건투를 빈다.
[200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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