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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08-12-08 16:18:34, Hit : 3770
 땅과 무대책

땅과 무대책

 

 

제조업체에서 공장을 지을 땅을 구하지 못해 다른 회사에서 공장설립허가를 받은 땅을 샀다. 땅의 매매 계약이 이루어지자 측량 업체에서는 "벤쳐기업이면 뭐하러 이런 땅을 샀어요? 보전임지를사면 5분의1 이면 충분할텐데" 한다.

김포의 야산은 법의 범위에서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파헤쳐지고, 파헤쳐지면 땅값은 오른다.

한강과 서해 바다 사이에 돌출된 김포는 강화도와 개풍 사이에서 더 이상 커질 수 없어 땅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수도권 규제는 땅을 부족하게 하여 땅값을 오르게 한다.

그래서 누대로 여기서 살아온 사람의 후손 중에 검고 큰 차 타는 사장님들이 많다고 이 고장 소식에 밝은 이 고장 시인 이문재는 말한다.

 

현장을 향하는  48번 도로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마송신도시 건설은 어수선하다. 신도시의 건설 현장 맞은편에 위치한 꿩만두집에는 손님이 꽉 찼다.

덤프트럭이 지나고, 흙먼지가 일고, 아파트 골조가 죽순처럼 자라고, 꿩만두집의 종업원이 바쁘다. 

김포외고를 지나고 우회전하여 애기봉으로 가다 도착하는 현장에는 파헤쳐진 야산의 속살이 위태하며, 포크레인 굉음이 요란하다. 그 옆 들판엔 곡식이 익는다. 


늦가을 오후 햇살이 기분좋게 기울 때 양촌면의 오래된 공장에서 월곶면으로  공장을 증설하여 축하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샌드위치 패널의 공장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수직으로  시간의 흐름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하늘에서 내려온 구름과 나무의 숲과 법면과 옹벽이 아스콘 포장의 마당으로 이어진다. 퍼시펙티브로 보여지는 풍경은 인공과 시간의 층위로 풍경을 전개한다.

하늘과 나무의 손대지 않은 자연과 그 아래 법면과 옹벽과 마당의 인공이 한 장면에 같이 있고, 같이 있지만 그들 스펙트럼의 시차는 엄청나게 크다.            

 

이 공장터를 사기 위해 현장을 방문해 능선으로 올라가려는데 독사가 또아리를 틀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독사가 무서워  능선에 오르지 못했다.

독사는 공장터를 사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우리는 헷갈렸다. 왜 땅을 사려 하느냐? 올라 와 볼 필요도 없지 않느냐?의 사이에서...

땅을 샀다.

자기의 터를 뺏기는 뱀의 저항은 굴착기의 굉음사이에서 이따금 생각났다. 뱀은 무대책이었다. 무대책이기는 나도 마찬가지 였다.

굴착기 굉음이 땅과 뱀의 울음을 덮어 버린 자리에는 샌드위치 판넬 박스가 신속하게 자리 잡으며 이 땅이 가진 오래된 의미 있는 풍경들을 밀어내었다. 수직으로 전개되는 시공간이 판이한 풍경이 어두워질 때까지 파티는 이어졌다.

뱀은 겨울 공사중에 동면하지 못하다가 공장이 가동하자 또 편히 월동하지 못할 것이다.

양촌면, 월곶면, 누산리, 개곡리, 누대로 가져온 이름들이 가지는 이미지가 달라질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코딱지 만한 나라에서 땅은 넓은데 수도권에 땅은 좁다. 수도권에서는 규제를 풀라하고, 지방에서는 규제를 풀지 말라 한다.

땅은 관리대상으로 땅의 의사와는 관련 없이 파헤져진다. 그 파헤쳐진 상흔위에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지성이라는 건축은 개발의 전위대로서 무대책의 그림을 그린다.

건축쟁이는 오늘 이 땅에다 무대책으로 이 그림을 그리고 내 일은 저 땅에 무대책으로 저 그림을 그려 무대책의 사례로 겨우 밥을 먹는다.

무대책으로 바쁘고 건축한다고 바쁘지 않다.

그 무대책은 밥을 먹자고 매몰차지 않을 수 없고 그러고 보면 그 무대책도 대책없이 애처롭다.

 

강화도 가는 길목에 김포땅, 오래된 산은 얕으막하고 유장한 강은 평화롭다.

김포평야를 가로지르는 48번 국도를 피해 78번 제방도로를 타면 한강이 펼쳐내는 서정적인 풍경과 농토가 바뀌는 샌드위치 판넬의 풍경을 같이 볼 수 있다.

넓은 강 너머로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가 희미하고 그 너머의 북쪽의 개풍군은 보이지 않는데 김포쪽으로는 무대책의 표상들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과 그 삶의 환경을 신속하게 바꾸고 있다.

 

 

 

2008.12.8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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