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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09-03-05 22:36:09, Hit : 3441
 붕어빵과 호떡

붕어빵과 호떡

붕어빵과 호떡

 

서울 근교의 부모님댁에 가다가 호떡을 파는 곳에 가끔 들른다.

항상 손님이 있어 10여분을 기다려야 호떡을 살 수 있다.

젊은 주인은 준수한 용모에 무테안경을 끼고, 넥타이를 매고, 앞치마를 두루고 호떡을 만든다. 호떡값은 손님이 스스로 계산한다.

1인 기업을 관찰했다.

 

 

보통 2시에서 나와 밀가루 반죽이 떨어질 때 까지만 호떡을 굽고 퇴근 한다. 6시간 정도 서서 일한다. 하루에 파는 양은 영업비밀이라 말 할 수 없는데 수입은 봉급쟁이 또래 친구들보다는 훨씬 낫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2배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루에 약 600개 정도를 굽는다면 30만원 정도 될 것이다.

결혼할 여자친구가 돈 관리를 하는데 그 친구가 견실하다고 한다.

구리에서 5년동안 호떡 구운 사람은 무릎의 관절이 다 나갔고, 허리까지 나빠져 지금은 의자에 앉아서 굽는다고 한다. 자신은 젊었을 때 힘껏 돈을 벌 계획이라고 말한다.

"호떡, 500원의 행복" 이란 간판이 있고,달궈진 철판위에 후드를 송풍기와 연결 시켜 김을 배출하는 장치를 만들었다.

손님이 끊이지 않으니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한다. 성실하게 노동하는 젊은이와 그의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흐믓하다.

그 맞은편에는 붕어빵 아주머니가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린다. 식어 버린 빵은 풀이 죽어 있다.

 

 

붕어빵과 호떡은 겨울철이 지나면 사라진다. 붕어빵은 빵이고 호떡도 빵인데 떡으로 호칭한다.

바삭한 맛의 빵은 맛의 균질성을 보장하지만 떡은 설탕이 흘러 내려 달짝한 정도가 부위마다 다르다.

빵과 떡의 반죽은 액체와 고체로, 빵의 소는 액체속에서도 모여 있고 떡의 소는 고체속에서 흩어지려 한다.

빵은 형틀에서 붕어형상으로 성형되고, 떡은 숙련된 솜씨로 압밀되어 만들어 진다. 빵은 밀도가 성글고, 떡은 그보다 덜 성글다.

빵은 기구에 의존하여 여러개를 동시에 만들고, 떡은 손에 의지하여 한 개씩 만든다.

그러니 빵은 황금잉어빵, 사랑잉어빵, 장군잉어빵등으로 체인화하지만 떡은 만드는 이의 숙련도에 따르는 수공업으로 대량생산의 시스템과 동떨어져 있다.

빵은 붕어에서 잉어로 진화하고 슈크림, 초코, 딸기등으로 다양해지고, 떡은 녹차를 흡수하고, 해바라기씨와 땅콩의 견과류로 씹히는 맛을 선보인다.

빵은 주조된 형틀안에서 주조의 방식을 취하고, 떡은 지그시 압밀되는 단조의 방식으로 판축처럼 납작해진다. 빵은 가지런하게 배열되고 떡은 균일화되지 않는다.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아파트는 찍어 내는 상품처럼 인식되었다. 황량한 들판에 펜스를 치고 아파트를 찍어 내면 상품은 불티나게 팔렸다. 붕어빵 아파트였다.

아파트만 그런가? 고도성장과 함께 아파트에 근거한 모든 일상과 문화가 붕어빵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붕어빵은 획일화한 사회, 폐쇄된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붕어빵 교육도 갈수록 가열해졌다.

범위를 좁혀 보면 우리의 건축도 붕어빵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행하는 재료, 어휘, 자본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건물은 붕어빵 건물이며,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현상설계는 붕어빵 설계였다.

나 또한 붕어빵의 규준을 따르려고 좁은 세계에서 빈 머리로 그림을 그렸다. 난 형틀을 거스르지 못하는 이 도시의 분명한 붕어빵이었다.

 

파이프와 리어카에 천막과 비닐로 기능을 충족한 건축, 3면을 막고 1면을 개방하여 손님의 공간과 생산의 공간을 컴팩트하게 실현한 키오스크, 남루한 천막과 반투명 비닐안에서 매달린 주광색 3파장 램프는 겨울 바람에 스산하게 흔들린다.

겨울이 가면 붕어빵과 호떡은 사라진다.

붕어빵을 만드는 아주머니와 호떡을 굽는 젊은이는 사라진다.

붕어빵을 좋아했던 전직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간식으로 먹던 붕어빵이 사라지는 계절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민들의 고단한 겨울 살림살이 모습이 바쁜 일정에 틈입되었을까?

사람들은 붕어빵과 호떡을 맛있게 먹던 빈티지 유년시절을 추억하기도 하며, 풀빵처럼 풀이 죽은 지천명을 자탄하기도 할 것이다.

 

겨울이 가는 붕어빵 도시에서 나는 아직 나의 탐구와 구축이 빈약해 무거운 겨울옷를 입은 채로 머뭇거린다. 어느 붕어빵의 규준을 따를까? 천막안의 램프처럼 붕어빵은 바람에 흔들린다. 익숙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염된 일상을 정결히 못한다.

견고한 붕어빵의 틀에서 나와 봄속으로 사라지는 붕어빵을 보면서 바뀌는 계절에 대략 난감한 마음들이다.

봄의 바깥에서 봄의 안으로...가자, 간다.

 

2009.3.6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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