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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09-06-18 20:10:53, Hit : 3593
 유리건물단상

유리건물

유리건물단상

 

 

회색 도시는 자동차소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희붐한 유리창 바깥의 소음원은 보이지만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은 바깥을 보여주지만 들려주지는 않는다. 투명하고 가볍고 강고한 매질의 안쪽과 바깥쪽에 빛들이 교환되는 시간에 유리창을 보면서 어린 시절, 바람이 들고, 구멍이 숭숭한 창호지 창의 기억들을 인출한다.

창은 감시, 조망, 채광, 통풍, 환기를 기능하는데 왜 그 때는 창에 인색했을까? ,그래서 조망, 채광, 통풍, 환기가 불량했었다. 아니다. 바람과 소리를 관류시켜 필요 이상으로 크지 않았고, 격자 창살 사이에 마른 나뭇잎이 안온했고, 문풍지는 떨면서 바람을 막았다. 지금은 유리창에 반투명 필름으로 창살 문양을 넣은 것으로 그를 대체하려 하나 빛은 푹신한 것을 지나는 것과 많이 다르다. 그 때 창들은 집을 닮아 교만하지 않고, 과시하지 않은 작은 창이었다. 겸손하고 절제된 창에서 검이불루(儉而不陋)한 빛을 기억한다.

전상인 교수는 아파트 촌의 푸른 불빛이 가족이 TV등에 집중하는 모습의 외부적 발현이라고 했는데 화목하다는 말인지 가전제품의 막장드라마에 몰입한다는 말인지... 

누런 백열등 불빛의 빈티지가 아련하다. 그러면서 나는 유리가 큰 화장실은 원한다. 은일하면서 밝은 이중을 원한다.

 

우리시대, 유리창은 계속 커지고, 많아지고, 건물의 벽을 점진적으로 그리고 무지하게 도포하였다. 창의 영역을 넘어 벽으로 기능했다. 커튼월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유리건물이 거주자에게 어떻게 불편한 지를 따지지 않고 시원하고 깔끔하다는 이유가 중요했다.

내부의 벽도 유리를 많이 사용했다. 유리를 크게 쓰고, 유리를 곳곳에 쓰다보니 선팅필름도 필요했다. 실컷 유리로 투명한 벽을 설치하고 거기에 반투명 필름을 붙이는 게 일단 행하고 보는 디지털 사고를 닮았다.

차이나 팩토리 주방벽이 유리로 되어 있다. 위생관리의 자신감을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불이 요리에 개입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눈요기같기도 하다. 철골 기둥을 유리로 감싼 실내장식과 더불어 차가운 재료가 이곳 저곳에 많이 쓰인다.

사월에 보리밥 주방 칸막이에 쓰인 글자다. 모두가 다 아 꽃봉오리인 것을~~~ 무슨 뜻인지?

 

유리 건물은 알미늄 클래딩과 짝을 이뤄 가볍게 가볍게 도시를 가볍게 한다. 아파트도, 주상복합도 유리 커튼월이 많아 졌다. 발코니 전면부를 커튼월로 한 어느 아파트는 발코니를 전용면적에 포함해야 한다고 국세청이 우기는 바람에 입주자와 쟁송중이다. 얼마전부터 서울시에서는 과도한 유리의 사용을 규제 한다고 한다. 공동주택 심의기준에 아파트 외벽의 40% 이상을 유리가 아닌 일반 벽으로 확보하도록 하였다. 지나친 것도 웃기고, 그걸 규제하는 것도 웃긴다. 웃기는 나라...

 

마라톤 후반에 힘들었던 춘천 호반의 어느 곳에 유리가 많은 건물을 설계한다. 유리와 창의 종류가 망라 되어 투명복층유리, 칼라복층유리, 강화유리, SPG 복층강화유리에, 커튼월, 프로젝트, 슬라이딩, 스윙, 자동문에 알미늄 바를 노출하고 컨실...복잡하다.

설계자가 큰 창을 만들기는 쉽다. 단순한 생각이면 된다. 작은 창을 만들기는 어렵다. 절제되고 사려깊어야 한다. 그런데 깨어지기 쉬운 재료를 크게 선택한다.

유리창은 가려야 하고 열려야 하는 준칙을 따르지 않고, 거주자의 조망과 외부자의 시선의 접점을 따르지 않고, 건물의 4면을 각각의 파사드로 만든다. 건물의 고유한 개별성과 도시 풍경은 유리된다.

창은 건물의 표정이라고 하는 것은 부분으로만 맞다. 그러나 이 집은 창이 과도하게 크고, 내부의 벽들도 유리로 되어 창은 표정이 아니고 몸통이다. 이 집은 유리가 커서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울 것 같다.

 

시골에선 철새가 유리창에 비친 풍경을 실제로 착각해 날아 들다 죽는 게 꽤 많다고 한다. 도시 근교에 유리창 건물을 만들면서 주변에 어떤 피해를 줄 지 모르겠다. 실용과 관념은 가볍지 않다.

외벽을 전부 유리로 만든 필립 존슨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유리가 없는 달팽이 집, 천형처럼 제 집을 짊어 지고 사는 녀석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그냥 삶을 용인하라고 할 수 도 없다. 유리를 쓰면서 줄이려고 했고, 필름을 붙이는 수고를 경박하게 반복한다.
 

유리건물이 오래되면 어떻게 될까? 옷깃의 색이 바래고 소매끝이 닳아 버린 노신사의 트렌치코트 같은 그런 건물이 될 수 있을까? 

렘콜하스는 미술관 외관을 전부 반투명 유리로 감쌌다. 이 유리 건물은 오래 되어도 가볍지 않을 것 같다.
 

 

 

 

2009.6.18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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