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정산헌


 

 

 

 

 

 

 

sitemap    home    guestbook


Copyright (c) 2004  Jeongsan.  All rights reserved.

Contact 3syk@naver.com for more information.

HOME>ESSAY>Miscellenous essay

    ESSAY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10-03-05 01:55:59, Hit : 3473
 언빌트(Unbuilt)건축-모더니즘의 변주

언빌트(Unbuilt)건축-모더니즘의 변주

-현대미술관 서울관 아이디어 공모 출품작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이디어 공모작 전시회가 열리는 소격동 기무사령부 대강당은 어둡고 썰렁하다. 근대의 건물은 늙었고, 폐허는 정적속에 있고 겨울 바람은 스산하다.

경복궁 동쪽의 종친부터...

80년 쯤에 박길용의 설계로 근대의 병원이 들어섰고, 이건물에서 두 사람의 군인 출신 대통령이 배출되었고, 이제는 서슬퍼런 시절의 정보기관을 뒤로 하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나려 한다. 기무사옆에는 동원된 산업화의 리더가 부하에게 죽어 시신이 잠시 안치되었던 국군병원도 있다. 기무사 건물은 등록 문화재이다.
 


 

복잡한 맥락을 가진 부지에 현재의 창조성을 담은 113개의 미술관 아이디어가 제출되었고, 그 중에서 5개가 본선에 올라 아이디어의 경합을 겨루고 최종으로 1개가 채택되어 서울관으로 설계된다.

모더니즘 양식의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상태로 미술관을 설계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건축가를 흥분시켰다. 12m의 높이 제한도 규모와 높이의 공공건축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전시장을 땅속에 넣고, 물 아래 넣고, 숲 아래 넣은 안이 많았다. 선택된 5개는 도토리 키재기에서 조금 커 보였고, 나머지 108개는 풀이 죽은 언빌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5개 중에 4개도 언빌트가 될 것이다.

 

보름 전쯤 이 강당에서 세미나가 열렸다. 모더니즘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모더니즘이 소멸시킨 종친부를 부활시키기 위해 모더니즘이 소멸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강당의 천정에서 부딪혔다. 모더니즘 건물이 이 터의 주인이라는 의견은 이 터가 앞으로의 현대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과 같은 것이었다.

여러 역사적인 사건과 기억을 포함하여 미술관 아이디어 공모는 기무사 본관의 보존을 전제로 미술관을 짓는 것으로 건축계와 미술계를 가열시켰다. 도시의 자산으로 도시의 기억이 보존되어야 된다는 당연한 것들에 환호하며 건축가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의무같은 언빌트 건축에 참여하였다.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미국의 MoMA를 넘는 관광명소로 하겠다는 배순훈 관장의 개인적 소망을 만족시키는 안을 선택하라고 한 것은 못마땅했다. 미술관 하나로 미술 문화가 단숨에 고등하게 된다는 것은 아닐진대, '탱크주의'를 광고하던 대우전자 사장님은 소신있게 말한다.    

 

건축가들은 비우고, 채우고, 열고, 닫고, 띄우고, 가라 앉히고, 비틀고, 짜고, 심고, 그리고 제출했다. 제출한 안들은 보편성과 특수성이 비슷했고, 지적 탐색과 지적 유희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리와 콘크리트와 물과 나무로 낯선 풍경을 그리면서 익숙하고 일상적인 풍경을 시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패널속에서 종친부의 중세와 박길용의 근대와 박정희의 산업화가 보이드의 X기호속에서 교호하고 있었다.

 

 

5개의 최우수작은 다음 단계인 지명초청설계공모에서 심사위원과 공공의 의견을 받아들여 발전시킨 형태로 다듬어 제출된다고 한다.

 

- 김동훈 외 1(진우종합건축사사무소)

근대예술의 정형화된 전시공간을 이르는 하얀 입방체white cube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하얀 입방체의 형태를 미술관 내부가 아닌 외부에 광장의 모습으로 설치함으로써, 도시 문화와의 소통을 꾀하겠다는 것. 도시적 삶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장르로 미술관에 끌어들여지는 것이다. 삼청동길에 면한 담장을 허무는 것도 같은 맥락. 하지만 이때 건축물이 도로의 소음과 오염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리 방음막을 설치한다. 여기에는 투명한 LED를 장착하여 미디어아트 이미지를 상영할 계획이다.

 

- 민현준(MP ART 건축사사무소)

"조용한 풍경"으로서의 미술관을 제안했다. 이는 경복궁과 북촌 등 한국의 근현대 역사로 구성된 지역적 맥락을 존중하는 의미다. 건축물은 "가장 편안하게 대지에 흡수될 수 있는" 직각으로 디자인했고 행인이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구성했다. 현대예술의 다양한 성격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규모의 전시 공간을 꾸려 넣은 것도 특징이다.

 

- 신춘규외 3(씨지에스 건축사사무소)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지양하고, 보다 융통성 있고 신축성 있는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을 제안한다. 각각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7개의 건물을 짓고 이들 사이 사이를 다양한 통로로 잇는 동시에 주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한다. 이는 기무사가 상징하는 군사정권의 역사에 대한 반성적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 이필훈 외 4(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이 팀은 "비워내는 것이 계획의 출발점"이라고 밝힌다. 랜드마크로서의 미술관의 존재감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북촌의 흐름을 이어 받아 경복궁과, 멀리 인왕산을 향해 낮게 드리워지는 건축물을 구상한다. 그것은 '열린 대지'에 가깝다. 전시 공간은 주변의 길들과 얽혀 하나의 '산책로'로 구현된다. 주변의 풍경과 기억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다.

 

- 정일교 외 4(건축사사무소 엠에이알유)

이 팀의 아이디어는 '퍼블릭 룸public room'이라는 컨셉트로 요약된다. 이는 옛 기무사 터를 둘러싼 다양한 길과 문화를 담고 예술과 대중을 만나게 하는 미술관의 '기능'을 아우른 개념이다. 삼청동길, 북촌길, 종친부길 등 주변의 길과 맞닿는 곳에, 그 길들의 문화적 맥락과 이어지는 특성을 가진 전시 공간을 설치한다는 계획.

 

나는 양식(Style)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김중업, 김수근이 이끌고 거기에 경도했던 우리 시대의 건축이 그 이식시대를 지나 발흥기을 지나고 절정기를 지나 이제 변모하는 다른 흐름으로 어디로 가고 있다. 장식을 죄악시하던 현대건축의 혁명적 논리에 매료되면서 나의 건축생활을 시작할 때, 미국에선 모더니즘의 추상적 미학에 반발하여 포스트모던과 레이트모던의 이즘같지 않은 이즘들이 목소리를 키웠고, 유럽에서는 하이테크와 네오크래식이 발호하고 있었다. 90년 초에 건축의 까막눈을 벗어 나려는 여행에서 직접 목도한 유럽의 건축들은 변방의 젊은 건축가를 설레이게 했다. 건축의 저변들은 보지 못했지만, 모더니즘을 파격하는 모던과 하이테크들이 오래된 고딕과 바로크, 로코코와 조화되는게 이국의 풍경으로 아름다웠다. 품격이 있었다. 퐁피두도, 작은 성당들도 좋은 위치에 정제된 모습으로 있었다. 20여일 동안 눈팅으로만 좋은 도시를 마음껏 탐했다. 유럽의 도시 풍경이 눈에 익숙해질 쯤에 귀국한 내 나라, 내 도시는 그에 비해 안타까웠다. 좋지 않았다. 무질서하고 혼돈스러웠고, 붕 떠서 어디론지 급하게 뒤돌아보지 않고 가고 있었다.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무었이었을까? 품위있는 도시와 우리는 무엇이 다른가? 보이는 것으로는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 스트리트 퍼니춰, 자동차, 도시의 간판들과 가로수, 그리고 도시인의 의상과 표정들이 조화되고 있었고,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역사와 전통, 문화가 그 저변에 잘 흐르고 있었다. 전통과 문화가 열등하거나 우등하다고 할 수 없는데 그 반영인 도시와 건축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의 품격있는 전통에 걸맞는 도시는 시간이 요구되었다.  

 

반세기만에 우리는 모더니즘을 압축하여 만들고 경험하면서 또 다른 모더니즘을 형성하고 있다. 유수의 사무실이 다 망라된 듯한 응모작들은 근대의 모더니즘을 넘어서 이전과 다른 모더니즘을 보여준다. 모더니즘의 변주처럼. 한국적인 건축은 없고, 글로벌 건축미학, 그것이 바로 한국의 보편적 건축이 되었다. 지금, 이것을 어떤 양식이라 이름할 수는 없지만 시대를 표상하는 분류로 우리의 점검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  가벼운 건축들이 컴퓨터를 통해 짧은 호흡으로 모더니즘이 변주되고, 이것을 네오모더니즘이라 해 본다. 나는 이 유서깊은 장소에 어떤 모더니즘의 변주로 어떤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가?  나는 나의 양식이 있는가?  나는 품격있는 도시에 점유하려는가? 스며드려 하는가?

양식이라는 것은, 복수를 갖지 않는 단어이다. -Auguste Perret

 

신,구는 대립하면서 공존한다. 신, 구는 어색하게 조화한다.

현대의 미술관에 근대의 건물을 품는 것은 근대를 소멸시키고, 근대를 현대로 치환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색이 창연한 이 도시의 이 장소는 어색한 조화가 시간의 순화를 통해 중층의 기억을 가질 것이다. 도시의 무형적 자산은 금방 획득되어지지 않지만 사려 깊게 탐색되어진 작품은 그 시간을 조금 당길 수 있을 것이다. 2년뒤에 거대 미술관은 이 곳 북촌마을의 건축물로 주변에 넓게 점유하면서 스며들기 위해 어느 레이어를 숨기고, 어느 레이어를 보이게 할 것인가.
 

기무사 건물은 미술관으로 인해 살아나는가, 사라지는가? 근대는 인테리어의 소품처럼, 리모델링의 가벼움속에 어떻게 인식되어야 하는가?  새로운 것, 첨단의 것이 생명이 짧은 사회에서 건축가의 의무처럼 언빌트의 건축에 열정을 다한 건축가들이 근대와 현대성에 몰입하였다는 풍문이 듣기 좋았다.    

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나는 113개의 언빌트 건축에 속하지 않았다. 113개 제출된 언빌트 건축외에 제출되지 못한 언빌트 건축에 겨우 속했다. 참가 신청을 하고 제출하지 못했다. 건축가로서의 자발적인 내적 강요와 열망으로 신청했지만, 언빌트가 되지 않는 작은 프로젝트와 병원에서의 간호와 게으른 1주일로 제출하지 못했다.

 

나는 언빌트 건축를 잠깐 생각한다.

언빌트(지어지지 못한) 건축은 빌딩(지어지는) 건축을 지향하다가 사라지는 미완의 프로젝트다. 빌딩(building)과 빌트(built)는 대립하고 타협하는 과정을 지나는 복합적인 결과다. 때론 운도 따라야 한다. 빌트는 사회가 표상화되었다면 언빌트는 사회를 표상화시키려는 제안을 가진다. 건축가의 머리속에서만 존재하는 건축,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우주적이면서도 미세한 사고, 건축가의 역할은 작지만 언빌트 건축은 페이퍼웍으로 대단하다. 프로젝트는 꿈으로 시작하지만 꿈을 내려 놓아야 한다. 꿈을 알기에 꿈을 생각한다. 꿈은 서사화되지 못하지만 그 착각과 체험과 시간들이 건축가에게 내면화하고, 그것이 가끔 환류되는게 그들에게 소중하다.

 

2010.3.5 정산




정제용 매일 여의도의 빌딩숲을 걷습니다.
형님의 말씀을 듣고나서 주위의 건축물을 다시금 바라보게 됩니다
얼마나 많은 unbuilt가 행해졌을까요, 우리는 그것을 시행착오라 얘기하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그 과정자체의 순수함에 더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美를 알고 ,인간을 아는 것이 건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섬세함 속에 인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니까요.

그렇다면 건축가가 서있을 곳은 어디인가요?

형님의 언빌트 프로젝트 , 그것은 미완의 아름다움입니다
[2010-03-05]
정산 언빌트 건축은 패자들의 서사를 연상시킵니다.
이규혁은 이번 올림픽에서 안되는 걸 도전하는 게 슬펐다고 말했는데 우리도 안되는 걸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사무실의 수지도 나빠지지요. 하지만 예기치 않은 성과를 가지게 됩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無記도 필요하지만, 결과가 예견되는 언빌트도 필요합니다.
빌트, 언빌트가 결과에서 구분되지만 서로는 하나일 수도 있고 모호할 때도 있지요.
요즘 내 안에서 숙성되는 언빌트를 하나쯤 지속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10-03-05]  


108  건축영화 관람 메모  정산 2010/12/05 5714
107  관음전-하나 뿐인 건축 [2]  정산 2010/09/02 4191
106  본가입납(本家入納)의 기억(記憶)들 [5]  정산 2010/06/27 4508
105  백일몽(白日夢)과 백일몽(百日夢)  정산 2010/06/08 9745
104  고향 여행-극상의 환대 [5]  정산 2010/05/07 7209
103  위난(危難)과 구난(救難)의 죽음  정산 2010/04/04 3974
102  比丘法頂, 네 글자 - 무언의 할(喝) [6]  정산 2010/03/15 3453
 언빌트(Unbuilt)건축-모더니즘의 변주 [2]  정산 2010/03/05 3473
100  위대한 침묵 [7]  정산 2010/01/12 4275
99  건축가 다큐멘터리.1.2.3.루이스 칸 [7]  정산 2009/11/25 6318
98  소시민의 건축 [2]  정산 2009/10/19 3585
97  죽음1,2,3 [6]  정산 2009/08/20 3459
96  유리건물단상  정산 2009/06/18 3475
95  붕어빵과 호떡  정산 2009/03/05 3441
94  워낭소리 [2]  정산 2009/02/26 3445
93  땅과 무대책  정산 2008/12/08 3650
92  10월의 마지막 밤에... [2]  정산 2008/10/31 3379
91  슬프지 않은 단성사 悲歌  정산 2008/09/29 3562
90  윤소장님 영전에  정산 2008/08/18 3272
89  고속도로 휴게소 설계소묘 [4]  정산 2008/08/07 3793
 
  1 [2][3][4][5][6]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인터넷 정산헌

sitemap    home    guestbook


Copyright (c) 2004  Jeongsan.  All rights reserved.

Contact 3syk@naver.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