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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Miscellenous essay - 허접한 수필들


  
 정산(2010-03-15 13:57:04, Hit : 3555
 比丘法頂, 네 글자 - 무언의 할(喝)

比丘法頂, 네 글자-무언의 할(喝)

 

법정스님은 어떤 비본질적 행위로도 죽은 뒤의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시인 류시화가 서귀포를 떠나기 전 죽음이 무엇인가 하고 묻자 스님은 "우뢰와 같은 침묵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고 말했다. 지난해 스님의 폐암이 재발한 이후부터 "이 육체가 거추장스럽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했다.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어떤 거창한 의식도 하지 말고,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영결식의 세레모니는 비통한 조사가 있고, 슬픔을 두른 만장과 노제가 있는데 스님은 그런 의식 없이 3일만에 불길속으로 갔다. 수행자의 장례는 요란하지 않고 간소했고 엄숙했다.

눈을 지그시 감은 스님이 든 위패에 있는 比丘 法頂, 단 네 글자, 보통명사 두 글자와 고유명사 두 글자는 수행자의 종교와 법명을 나타내는 것 이외의 어떤 직위나 부가적 형용이나 상례의 형식을 배제하였다. 스님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것은 삶이 죽음과 여실하다는걸 보여 준다. 위패에 쓰인 긴 글자를 거두절미하고 본질만을 적시한 단호함과 간결함, 그것은 무언의 할(喝)이기도 하다. 비구로 살아온 수행자의 신산스런 삶을 자부하는 듯 하기도 하고, 자신이외에는 수식이 비본질이란걸 말하는 듯 하다. 실존은 수행으로 당당했음을 종이 위패는 말하고 있었다. 농밀했던 수행자의 마지막은 죽음의 의식까지 온전히 자기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에 입은 대로 간다. 불속으로 들어 가는데 값비싼 수의와 호화로운 관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흔적없이 사라지는데 무덤과 납골은 왜 필요한가? 산골이다. 철죽 나무 아래 뿌려라. 슬픔보다는 감동이 인다.

스님은 죽음으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위중하다는 뉴스가 인터넷 신문에 난 후 6일 만에 갔다. 산소호흡기를 거부할 수 없는 과학시대에 세속의 천형같은 폐암으로 육신이 병마에 힘들어하는 노인으로 1년 가까이 병원에서 그 치료받는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수행자도 암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일반인은 그들의 질환을 심히 자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스님의 폐암은 육신에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보였다. 

 

젊은 시절의 필독서였던 "무소유"를 펼친다. 76년도 범우에세이, 예의 정갈한 목소리. 젊은 영혼을 울리던 영혼의 모음들. 서울의 불구적인 근대화를 꼬집은 너무 일찍 나왔군, 잊을 수 없는 사람, 그리고 그 유명한 무소유 등등... 그가 아픈 이야기가 있는데, 산에서 앓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혼자라서, 그저 앓는대로 앓다가 낫기를 바랄뿐이라고 했다. 예전엔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병원에 신세를 지게 된다. 삼성병원에서 24시간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았다.

 

 

대학 1학년 때, 장발의 두 젊은이가 송광사 불일암을 찾았다. 스님을 뵈었다. 혼자서 먹이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신선했다. 인간의 음식이 아닌 동물의 먹이는 잉여가 제거된 필요한 수행의 도구로 비쳤다. 간소함과 당당함이 저열한 욕망에 우월하고 있었다.
열정을 만용이나 치기와 구분하지 않을 때였으니 그를 따르고 싶은 생각들은 당연했다. 전설같은 효봉스님의 일대기에 전율하던 두 젊은이... 한 젊은이는 실존과 허무를 발심으로 더욱 키웠고, 1년 뒤 머리를 깎았다. 한 젊은이는 짧은 열병을 앓고, 그 시절을 통과의례로 넘기고 일상에 천착했다. 한 젊은이는 평생 초기경전을 번역하는 유명한 학승이 되었고, 한 젊은이는 세속적인 일상에 열심인 것처럼 살았다.

그때의 우리는 젊은 날의 행동에 이유를 붙이거나 객관화하지 않았다. 기성과 세속은 동류항이었고, 속은 탈속보다 하위 개념이었다. 혼자 먹이를 만들고, 수행하고, 자유하는 탈속은 한없는 부러움이었다. 지성적인 금속성과 탈속의 자연성이 함께 나타나는 듯한 모습은 속으로 돌아온 시인 고은의 감수성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스님에게 매료되었고, 그로 인해 함석헌의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선승이면서 학승이면서 불교계의 유일한 반체제 인사의 육성을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후로는 나의 게으름으로 듣지 못했다.

 

동아일보 이종승 기자가 찍은 것으로 스님의 손 모습이 잘 나타난 사진이 있다. 흐트러짐이 없는 자세, 노동과 세월이 드러난 길고 야윈 노인의 손, 아버님과 같은 나이로 아버님의 손처럼 보이기도 하다. 적은 부분의 사진에서 스님의 품성과 연륜이 다 담겨 있다. 잘 찍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오두막 편지'에서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다.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라고 썼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있음이라고 했다.

스님 답게 살고 순간 순간을 온전하게 살았다. 삶은 순간 순간을 취하는 것이다. 삶은 반대로 순간 순간을 놓아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같은 말이다. 살아서 간결하게 취했고, 살아서 다 버렸다.

제행은 상이 없다. 무명이 없고, 무명이 다함이 없는 경지, 無無明, 無無無明盡. 스님은 그 경지로 갔다.

사는 모습대로 갔다. 잘 가기 위해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이셨다. 죽음으로 삶이 완성되는 걸 보이셨다.

나는 일상속에서 채워질 수 없는 욕망으로 잘 살기가 쉽지 않으니 잘 가는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스님이 보인 무언의 喝, 그 법문의 여운이 길다.

화중생연(火中生蓮)하소서!!!
 

2010.3.15 정산




정제용 살아서, 죽어서도 청천벽력 같은 소리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분이셨습니다
"깨어 있으라고 , 깨어 있으라고". 소리내지 않지만 저에겐 늘 삶이 곤궁해질 때 책꽂이 속에서 소리내고 계셨지요.

어머님이 오늘 중환자실로 가십니다.
살아계실 적에 작별을 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막심해 집니다.
서로 간의 애증도 이젠 내려놓아야겠지요
[2010-03-16]
경호 34년전 법정으로부터 정산이라는 법명을 받앗다고 자랑스러워하던 한 젊은이가 있었지 그 젊은이는 법정의 죽음에서 또 무언가를 느끼고 다시 무언가를 남기기위해 노력하겟지...
오래 전부터 즐겨찾기에 올려놓고 있다가 법정의 죽음에 틀림없이 글을 올렸겠지 싶어 보앗다 잘지내고잇나 소식전하고 지내자
[2010-03-16]
종민 불교학생회를 다니던 정산의 모습이 떠 오른다. 역시 스님의 입적을 대하는 마음이 남다르구나.
[2010-03-17]
정산 제용씨, 모두에게 죽비같은 경책이 되어준 스님이지요.
돌아가시기 전에 길상사에 한번 간다 간다 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동아일보 이종승기자 블로그(우리세상)에 스님과 길상사 사진이 좋습니다.
target=_blank>http://www.urisesang.x-y.net/tt


어머님께서 좋아지셨으면 좋겠습니다. 힘 내세요...
[2010-03-17]  
정산 경호야? 잘 지내지?
정산은 법정스님한테 받은 건 아니고, 76년 여름에 화엄사 명선스님한테 받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왜 받았는지도 모르고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하니...
이름값을 못하고 있으면서 이름만을 좋아하고 있다.
오늘, 서울엔, 봄눈이 오네...너하고...막걸리... 한 잔 하고 싶다...
[2010-03-17]  
정산 종민아, 잘 지내지?
스님이 남긴 유언이 신문에 났네.
그 중에 상좌에게 남긴 첫 번째 글을 여러번 읽어 본다. 솔직한 말씀을 우리도 새겨 듣는다.

인연이 있어 신뢰와 믿음으로 만나게 된 것을 감사한다. 괴팍한 나의 성품으로 남긴 상처들은 마지막 여행길에 모두 거두어 가려 하니 무심한 강물에 흘려 보내주면 고맙겠다. 모두들 스스로 깨닫도록 열과 성을 다해서 거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미안한 마음 그지없다. 내가 떠나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스승을 따라 청정수행에 매진하여 자신 안에 있는 불성을 드러내기 바란다.
[201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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