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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산(2009-11-05 16:56:40, Hit : 2042
 불꽃, 제삼 인간형

불꽃

 

불꽃, 제삼 인간형

 

-좋은 사회와 꿈

 

50여년전에 발표된 소설을 산독하고 남루한 독후를 몇 줄 남긴다.

 

"불꽃"은 내가 태어 나던 해에 제2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선우 휘의 중편소설로 전후의 문단에서는 역사에 대한 한국인의 체념과 순응주의를 비판하고 적극적이고 행동적인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 소설로 평했다.

조국의 현실을 외면한 할아버지,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아버지, 그 사이에 방황하는 손자가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죽음앞에서 적극적인 사고의 전환을 불꽃처럼 이룬다. 

부엉산 산마루에 동굴이 있었는데 그 동굴은 고현의 아버지가 죽은 공간이고 고현의 할아버지와 고현이 각성하는 공간으로 안으로 어둡고, 밖으로 밝은 극적인 경계에 있다. 동굴에서 고현과 할아버지는 적극적으로 살겠다는 의식이 발현된다. 공산주의자 연호를 향한 총구에서 불꽃이 일었다.

 

할아버지에게 8.15의 의미는 쌀공출로부터의 해방이었다. 할아버지 개인을 설명하는 이 냉소적인 문구는 나와 관계없는 것은 외면하고 무관심한 우리 모두를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50여년전, 개인과 현실은 오늘보다 더 처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곳에서 할아버지의 소아적인 가치관은 오늘의 대다수와 다르지 않다.

대다수는 아이를 대학에 보내면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투표하지 않더라. "우리는 관계 없잖아, 우리는 끝났잖아"

할아버지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인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았다.
2006년에 영국의 어느 대학에서 작성한 "세계행복지도"에 한국은 세계102위였다. 아파트의 평수와 아이의 등수가 주요 잣대인 우리, 평.등(坪.等)사회는 세계적인 기술과 기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객관화된 등수는 형편 없는 수준이다. 1위인 덴마크는 "평등(平等)과 신뢰"의 사회로 비슷하게 벌면서 범죄없이 행복하다고 한다.

나만 잘 살아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현실 인식은 그 집안만 찬연하게 했다. 아들까지만, 손자는 제외하고.

반공과 훈육의 수사들이 돌출되어 있다.

 

"제삼 인간형" "불꽃"보다 5년 먼저 발표되었는데 자유문학상을 수상한 안수길의 단편소설로 문단에서 6·25전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소설은 전쟁으로 누구던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운수업자가 된 유망했던 전직작가 조운, 이전에 그를 따르던 몰락한 문학소녀 미이, 그리고 작가로서 불안한 내면을 가진 학교 선생인 석을 등장시켜 그들의 삶과 사고를 이야기한다.

 

조운은 예전은 이랬다.  

"독특한 철학적 명제론, 그것을 담는 난삽한 문체를 고집하는 작가로 개성이 두렸한 존재였다. 더욱이 자신이 충실하고 문학에 대한 결백성을 굳게 지켜 오는 것으로 문단의 존경을 받아온 사람이었다,

항상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해서 도달한 것만이 진리라고 단정하는 그는 그러므로 과작이었고 생활은 늘 궁하였다. 그러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매문(賣文)은 하지 않았다."

 

석은 허탈한 마음으로 학교 주위의 바다 풍경을 즐기고, 이레만에 찾아오는 일요일을 고대하는 게으른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그 때 전신에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조운을 만나 청요리집에서 배갈을 마시며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초라한 몰골보다 그 자신의 우울한 내면을 바라 본다.

 

6.25 사변전에 미이는 화려하고 명랑하고 부박했다. 사변 며칠 전에 미이는 검정넥타이만 매는 조운에게 남색 화려한 꽃무늬 넥타이를 선물한다. 검은 넥타이는 우울한 상장(喪章)이다. 화려한 넥타이는 우울하게 살지 말라는 소녀의 바램이었다.  

전쟁 몇 개월 만에 잘 살던 미이의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우연히 미이를 만나 그녀의 어려운 이야기를 들은 조운은 그녀를 경제적으로 도와주려 하나 그녀는 간호장교를 지원하고, 검은 넥타이를 주고 입대한다. 검은 넥타이는 예전의 작가 조운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이다.

조운을 충격을 받고, 석에게 위로 받고자 석과 술을 마시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석은 조운을 위로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이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독자들 또한 충격을 받는다. 소설의 구성에 감탄 한다.

 

석은 그 충격으로 자리에 누워 생각하였다.

"조운은 사변의 압력으로 그의 사명을 포기했고, 미이는 사변을 통하여 용감하게 시대적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그러면 나는?"

"사명을 포기치도, 그것에 충실치도 못하고 말라가는 나는? 나도 사변이 빚어낸 한 타입이라고 할까?"

 

전쟁의 시대에 고유의 역할을 찾는 가벼웠던 소녀의 선택에 좋은 사회를 지향햇던 작가들은 무참하다. 무참하게 범속의 시대를 사는 제삼 인간형의 꿈을 객관으로 바라본다. 조운은 윤택했던 운수업자의 생활을 끝냈을까? 석은 학교 접장을 그만 두고 골방에 들어가 사람의 이야기를 썼을까? 안수길은 인간형에서 어떻게, 왜 사느냐는 존재의미를 묻는다.

 

삶은 난감하여 짧은 시간속에서 제삼 인간형이 되었다. 열정은 짧았고, 쉬이 식었고, 꿈은 애뜻함에 머물렀고, 모든 것은 현실에 파열하지 않으려 한다.

건축의 현실이 빚어낸 제삼 인간형은 제일 인간이나 제이 인간으로 갈 수 있는가? 

내게 꿈이 있는가? 건축으로 환원되는 虛望이라도 있는가?

無望이라면 우울하다. 다시 한번 읽어야 할 것이다.

 

2009.11.5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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