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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산(2008-09-18 15:59:21, Hit : 2175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2001. 김영사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은 베스트셀러였지만 내겐 별로이다.

어떤 관점에서 기행문을 쓰는가와 어떤 관점에서 기행문을 읽을까 하는 문제를 생각케 한다.

 

수도원 기행은 특별한 테마 여행이고 그래서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선입견으로 책에는 수도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에서 세속의 우리와는 다른 생활과 생각들이 어떻게 다른지? 그들은 진정한 삶의 의미를 무엇이라고 보는지? 하는 것들, 그리고 수도원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작가는 어떤 의미로 바라 보는지 잘 나타날 것 같았다.

 

이 기행문은 독자를 20대에 맞춘 듯한 느낌을 준다. 아니면 30대 초반의 여성들. 공지영 팬들은 꽤 좋아하는 것 같다. 영향력 있는 작가의 책으로 미흡한 것 같다. 그녀가 가진 사회의 포지셔닝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무거워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책에서 견지 하고자 했던 주제는? 상투적으로 느끼는 삶, 용서, 화해?

전체 글의 흐름과 내용은? 긴장감이 없고. 유럽에서의 가벼운 에세이, 개인의 참회록...

수도원의 문학적 묘사는? 없다. 수도원에 이르는 길과 수도원의 공간 구조가 서술되고, 여기에 다가가는 작가의 예민한 감성들이 농밀하게 담겨야 수도원 기행이 아닌가? 

속에서 성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공간 구조는 기행 문학의 배경으로 꽤 근사하지 않은가.

 

나는 유럽의 피상적인 모습에 끌려서 이 책을 든게 아니었지. 성과 속을 바라보는 공지영의 사유를 볼려 했었고, 그 공간을 읽는 공지영의 문학적 감성을 볼려 했었는데 중년여성의 성장통, 크지 않은 작가의 독백을 보았다. 그녀를 키운 건 팔할이 상처라고 했다는데 상처의 회고나 치유의 감상기말고, 무슨 무슨 음식이 맛있었다. 건물이 예뻤다. 그런 것 말고, 많은 걸 읽었다는 표시 내는 것 말고.

수도원이 나오다가 어느 지역이 나오다가 성당이 나오다가 흐름은 와따리 가따리 했다. 기행문이니까 그렇게 쓴 것 같았다. 기행에서 어떤 틀이 있습니까? 일관된 흐름이 중요합니까? 전 그런 것 거부합니다 처럼 읽힌다.

 

그리고 나만 거슬리는 대목들인가. 예컨데

-수녀님을 묘사하는데 ... 속세로 말하면 복권에 당첨된 이모를 둔 조카의 얼굴처럼 밝았다.

-식당에 들어간 처음 느낀 인상은 ... 잡지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왔다면 화보를 찍자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나는 어느 곳에 가든 맛있는 것만 주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단점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수도원 지붕 곡선은 버선코처럼 섬세하고 정원은 조용했다. 버선코가 섬세한가?  내가 보기에 맨사드 지붕선이다.

-내가 유럽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기차 때문이다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슨 말인지?

 

수도원 기행보다는 한 달간의 유럽 여행기라고 함이 맞다. 아니 그것도 정확하지 않다. 여기에서 작가에게 은둔의 수도자들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중에 여러 사람이며, 수도원은 여러 관광지중의 하나로 있어 아쉽다.

수도원과 수도원 생활은 어떤 전범에서 왔는지? 믿음의 종교와 물음의 종교는 어떻게 수도 공간의 구조가 다른지? 그런 개인적 관심을 유명 작가에게 쉬이 귀동냥처럼 얻을 줄 알았는데, 

교양 있고 지적인 관찰자를 기대했는데.

 

수도원 기행의 피날레는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들일지도 모른다.”

성과 속이 둘이 아닌 것을 깨친 것은 대단한 사유인데 그 마지막의 확철대오가 왜 감동적이지 않은지.

 

그녀가 처음 가진 생각으로 나의 독후를 끝맺자.

"기행이 내게, 혼돈과 공허 그리고 삶과 사람들에 대한 허무감에 싸여 있던 내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까. 내 어둠과 공허는 진정 창조의 질료가 될 수 있을까... "

좋다는 독자도 많고 좋지 않다는 독자도 많은데 일부는 나처럼 악평이다. 그 제목은 

-줄줄줄 늘어놓은 작가 '혼자만의' 여행기 

-출간을 위해 떠난 여행..

 

승효상의 기행문 일부를 읽어본다. 오버한 듯 한데 이미지의 흐름과 묘사가 명료하다.

 

혼의 공간 - 라 뚜레뜨 수도원성당 ( Couvent de La Tourette ) 9507-08 극동건설 사내보

략...

초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듯한 당당한 모습은, 필로티와 그 위의 길다란 창, 규칙적 유니트의 수도승 방 등과 함께 아름다운 비례를 구성하면서 마치 이 파사드를 위해 주변의 대 자연이 만들어져 있는 듯 느끼게 하고, 중정을 따라 도는 회랑과, 중정을 교행 보행통로를 회유하며 산책하는 즐거움은 한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정작 놀라운 것은, 경사진 통로를 따라가서 동판으로 된 두터운 문을 열며 회유의 즐거움을 간직하고 들어간 그 속, 성당공간에 대한 놀라움인데 그것은 강력한 충격이다. 

직육면체의 칠 십 평 남짓한 좁고 길다란 공간. 사치성이란 전혀 없는 노출콘크리트의 단순한 벽체와 가느다란 슬릿으로 떠있는 듯한 간결한 천정.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 몇 부분 천창 속의 원색. 무심한 돌 제단 ....

꼬르뷔제가 만든 것은 이러한 간단하기 그지없는 간소한 소재지만, 어째서 이 공간은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로 팽팽한 긴장을 느끼게 하는가. 판테온의 뭔가 말할 수 없는 절묘한 공간감이나,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의 그 장엄한 공간이나, 노틀담 대성당의 지극히 높은 공간보다 왜 더욱 절묘하고 장엄하며, 더욱 높고 높게 느껴지는가. 더군다나 꼬르뷔제 자신의 롱샹교회당의 공간의 밀도보다 더더욱 농밀하며 속절 없는 인간으로 하여금 급격한 자기 투사의 상태로 만드는 그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이 성당은 일반인들을 위한 곳이 아니다. 수도승들과 몇 명 소수의 순례자들이 모여 예배하는 장소이다. 실제로, 내가 들어가서 있던 시각에 바로 수도승 8명이 그들의 예배를 올렸는데, 그들의 독경소리와 성가합창은 저 한 구석에 숨죽이며 앉아있던 나에게는, 바로 내 곁에 신이 어깨를 대고 앉아 있음을 느끼게 했고, 나의 가슴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 아 이 감동….

나는 이 성당공간을 절대공간이라 부르기로 했다.

략...

우상화되고 박제된 절대자로서 잘못 이해 되어가는 고딕의 형식을 다시 삶 속에 환원시킴으로 그 고딕의 정신이 오히려 극복되어질 수 있음을, 이 라 뚜레뜨의 성당은 현시하고 있음이며, 그 속의 신은 저곳에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음을 일깨워 준다. 형식의 건축이 아니라, 정신의 건축이며, 껍데기가 건축이 아니라, 그 속의 공간이 참 건축임을 묵시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 라 뚜레뜨는 위선에 대한 진실의 승리이며, 물질에 대한 혼의 승리와 그에 대한 기록이다.

후략.. 

 

2008.9.18 정산




명사십리 탁월하지도 않고 심혈을 기울인 것 같지도 않은 전문가의 글은 만나면 한 줄 한 줄이 참 고역이죠....
그런 부분을 만날 때마다 과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답니다. 재주 없음은 남이 탓할 게 아니죠...
공지영은 누구도 그렇겠지만 나은 부분과 못난 부분이 뒤섞인 작가입니다. 못난 부분 보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 작가이기도 하구요....
그에 반해 건축을 하시는 분이나 미술평론(영화평이나 음악평을 하시는 분들 보다)을 하시는 분들의 글은 그런 갈등이 적답니다. 제 경우에는 말이죠...문학평을 하시는 분들의 글은 거의 이론과 용어들의 나열이구요..^^ 그래서 이 글에 공감하였습니다.
.-ㅎ 제 문장에도 흔히 '비문'이라 하는 '문장답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유니크하다는 지적을 받았었지요^
[2008-09-22]
정산 수도원 기행이 아니라 수도원 순례로 생각했지요. 수도원, 수도자에 대한 이해와 그에 대한 공지영의 생각들을 기대했지요.
제가 공지영을 싫어할 이유는 없지요. 단지 왜 이런 책을 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부 독자는 배반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이보다 10년전에 나온 법정스님의 인도 기행을 읽고 있습니다. 수행자와 작가의 차이, 체험과 생각의 차이를 비교하게 됩니다.
글은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왜 쓰느냐를 생각하게 됩니다.
[2008-09-23]  
명사십리 맞습니다 순례와 기행은 태도부터 달라요...공여인을 그냥 싫어하실 리가 있겠어요..두서없이 튀어나온 말이예요..^^;
8,90년대 스크린을 정갈하게 평정한^ '줄리에트 비노쉬'란 배우가 있어요. <나쁜 피><프라하의 봄><퐁네프의 연인들><블루><데미지><일글리쉬 페이션트>.. 등.. 한동안 세간에선 그랬죠. '비노쉬는 현관문을 나와 블럭에 발을 디디기만 해도 한 편의 영화'라구요.. 물론 비노쉬에 대한 찬사였지요. 공작가가 양산한 글과 비교한다면 가혹하고 치우쳤다 싶죠?
열정이 없거나 열심이 없는 전문가의 산물은 사적으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때를 못 만났다 싶은 것들은 서랍 속에 두어야 하구요...
법정스님의 [인도 기행]. 저도 수 년 전에 침잠해서 읽었습니다. 체화된 것들은 산길이나 들판, 또 다른 어디에서 보이지 않게 보이기도 하겠지요.. 두세 차례 이사하는 동안 풀리지 않은 어느 상자 안에 거하나 봅니다.... 더디 오지만 좋은 시절과 더불어 편한 시간 되시길 빕니다*^^*
[2008-09-23]
정산 감사합니다.
치료와 회복 잘 하시길...
[200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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