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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산(2008-12-09 11:49:58, Hit : 2212
 일하는 예술가들

일하는 예술가들

일하는 예술가들

 

20년 뒤에 재 출간 된 책이다. 많이 팔리지 않아 20년 뒤에도 초판에 겨우 5쇄 였는데 슬픈 영혼의 작가는 고등독자에게 미미하게 읽혀져 왔다고 자부가 크다.
 

강석경은 초판 1쇄의 서문에서

"예술가란 바로 세상의 가치에 안주하지 않고 물처럼 쉼 없이 자신을 씻으며 길(道)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1986.5"

초판 5쇄의 서문에서

"다시는 이러한 유형의 예술가를 만날수 없으리라. 문명화될수록 예술가들도 일상인같이 규격화되어 가는 것 같다 -2007.장마에" 라고 썼다.

 

카피라이터 최인아가 강석경에 대해 쓴 글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어설프게 시작해서였을까. 아니면  ‘왜’를 묻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의 성향 탓이었을까. 광고를 이생에서의 나의 일로 받아들이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직업의 보람이 무엇인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발생시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만난 책이 강석경의 ‘일하는 예술가들’이다

 

화가 장욱진 선생 인터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네가 하는 일이 불도(佛道)에서 하는 일과 똑같다. 화가는 화가로서 사업가는 사업가로 사는 거다”라는. 장욱진을 출가시킬 마음을 접으셨다며 하신 만공 스님의 말씀이다. 이런 말씀들에서 스물일곱 나는 위안을 얻었다. 광고를 만들고 카피를 쓰는 것 또한 구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서.
 

“제 외모나 성격이 톡톡 튀고 도발적인 광고업계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강석경 씨의 ‘일하는 예술가들’을 읽으면서 광고도 결국은 제품의 본질에 대한 차분한 통찰에서 나올 때 빛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 대충 빨리 읽고 두 번째는 게으르게 천천히 읽었다.

 

제목과 장정은 단순하다.

"예술하는 예술가"가 아니고 "일하는 예술가"는 예술하는 예술가보다 일터인 일상의 노동으로 내려온 것으로 읽힌다.

예술도 일이라는 걸 아는 데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젊었을 때 예술가도 밥을 먹어야 하는 당연한 사실을 무시하고, 화가의 아들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예술가는 배고픈 초상이다. 그림을 팔면 그 순간 영혼이 타락된 것이다.

그럼 무엇으로 밥을 먹느냐?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영혼이 작품을 만든다. 그건 운명이다.

화가가 직업인데 직업인은 그 직업으로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까도 말했잖아, 그림은 현실의 배고픔을 영혼이 무시한 수행의 결과라고. 예술은 수행과 다르지 않고, 현실이 제거되어야 사리라는 빛나는 결정이 만들어진다고.

그때는 건축도 예술인 줄 알았다. 예술이냐? 기술이냐?를 그 땐 왜 구분할려 했는지?

이젠 일이 배고픈 것을 해결하는 가치로서 어떤 것보다 우선한 높은 것이라는 걸 긍정한다.

 

책 표지는 연한 황토 바탕에 일하는 예술가를 붉은 글씨로 등간격으로 쓰고 14명의 예술가를 흰 글씨로 작게 쓰고 어떤 그림도 없다. 책 표지는 책의 내용을 암시한다. 단조롭지만 그윽한 느낌을 예상한다.

내용에 앞서 각자의 얼굴사진과 일터에서의 사진을 흑백으로 2커트 씩만 실었다.

내용은 인터뷰어로서 강석경이, 인터뷰이로서 14명을 만나서 그들의 일상과 생각들을 쓴 것이다. 육성을 잘 전달하고, 마지막에 강석경의 생각을 간단하게 넣었다.

무미한 내용일 수 있지만 독자의 앎의 깊이나 방식대로 따라 내용은 다르다.

툭툭 던지듯 하는 그들의 인생관, 예술관들이 무겁고 초연하다. 강석경의 추임새도 적절하다. 그의 나이 서른 다섯쯤의 사유는 이야기를 만드는 소설가의 그것보다 나아 보인다. 

그들은 재능이 특별했고,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 그들은 고집과 뚝심으로 자기 자신을 믿고 흔들리지 않았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에는 "재능은 유혹하는 덫",  "재능이 있다고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재능 만능을 경계했다.

14명은 재능이라는 덫을 잘 다스리고, 에고와 기질을 시류에 섞지 않고 그들만의 항해를 했다. 일상을 깨고, 부단한 자신변신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더 농축시켰다.

강석경은 그들을, 예술을 미화하지 않았다. 일로 노동으로 본 것은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이다. 예술가들도 성실한 육체노동자들이다.

혼탁한 세상에 그들의 일과 생각이 청량한 한 줄기 빛처럼 비추인다.

그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언덕이 되기도 하며, 무거운 일상에서 정서적 위안을 받으며, 또한 그 일상의 매너리즘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도 일회적인 삶의 의미를 묻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을 보여주는 책이며, 동시에 삶을 묻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비슷한 류의 책으로 "박용택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출판사 서평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들처럼 살 수는 없다.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귀한 존재들이다. 이들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한결 아름답고 풍요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들의 작품이 갖는 가치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분명 우리 문화의 단단한 지반을 형성하는 무형의 자산이며, 이들의 삶의 태도는 안일하게 일상을 이어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주는 반성의 거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찬호 시인이 제8회 미당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소감은

“어줍잖은 이름으로 불러낸 꽃, 새, 나무에 빚졌고, 전망 없이 손짓한 지평 너머 새벽에 빚졌습니다. 감흥 없이 더듬은 말의 속살에 빚졌고, 무엇보다 저는 아니라고 여겼던 시인의 운명에 빚졌습니다.” “시에 더욱 긴장하겠습니다. 세상 밑바닥까지 시의 허리를 구부리겠습니다”고 했다. 그 수상자의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박주택 시인이 축사를 했다.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실락원’을 읽는 친구였다” “정말 잘 받았고, 앞으로 있는 상은 모두 받기를 바란다. 또 “역사가 하지 못하는, 예술이 해야 하는 그 고유한 영역에서 송 시인의 순결성을 끝까지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있는 상은 다 받기 바란다?  역사가 하지 못하는 예술이 해야 하는 그 고유한 영역? 그 영역에서의 순결성을 끝까지?

친구의 답사에는 현실에의 편승과 예술에의 편애가 담겨 있는듯? 
 

14명중 현재 6명만 생존해 있다. 8명은 돌아가셨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은 가고, 그 사람의 세계인 예술은 남았다.

주마간산으로 인터넷에서 서핑한 것과 책의 내용에서 일부를 베껴 읽어 본다. 그들이 툭툭 던진 화두같은 생각의 파편들, 사유들, 금언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이미지로 치환되어 책을 자주 펴보게 한다.  

14명의 이야기, 자신의 방식대로 한 세상을 사는 모습은 이젠 지나간 설화가 되었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에게 다가 갔고, 눈밝은 독자는 인터뷰어에게 다가갔다. 강석경은 인터뷰이와 독자를 연결하는 메신저로 순일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을 존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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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旭鎭 화가
 


 

'술과 그림의 나날'.장욱진은 그렇게 살았다. 그림은 살아가는 이유였고 술은 그림의 노동을 달래주는 달콤한 휴식,또는 삶의 충전소 같은 것. 한번 붓을 잡으면,한번 술잔을 잡으면 죽기를 작정한 듯 빠져들었다.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마지막 것에 이르기 위해 모든 것을 생략한다.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 나온다.  

54년부터 60년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것이 직장생활의 전부이다. 이후 죽는 날까지 그림만 그렸다.
 

黃秉冀 가야금 작곡가

웃지 않는 조숙한 영감, 무엇이든 골똘하게 파고 드는 작곡가.

그 슬픈 판소리를 하는데 고수가 북 치며 좋다, 좋다 장단 맞춘다. 

서양음악은 벽돌처럼 나열된 것이라면 우리 것은 천연돌 같은 것이다.

난 누구 만나서 바쁘단 소리 들으면 기분 나빠요, 어린애들은 그런 소리 안 하잖아요.

 

金重業 건축가

이 책에 건축가가 포함된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 건축의 위상은 야만의 시대의 척박함에 비례하지 않았다.

생전에 몇 번 뵈었다. 안선생님과 처남 매부지간으로 나는 건축학도로 그에게 가고 싶어하다가 안선생님께 갔다. 김꼬르, 반골로 김수근과 더불어 근대화의 질곡과 맞서던 거인이었다. 복원된 불국사 기둥을 붙잡고 울었다는 기사를 보고 나도 그의 울음에 울었다.

조카 결혼식 때 손을 떨면서 김밥을 드시던 모습이 내가 본 마지막 모습.

나까무라 준뻬이 교수에게 건축가는 교양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자기가 가진 것만큼 나오기 때문이다.

가벼운 유리와 철과 그 가벼움을 치장하는 말로 치장한 건물들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 어른이 없어 어른이 그리운 시대에 생각난다.
 

金宗三 시인

현실에 대응하는 감각은 전혀 보유하지 않은 사람,

강석경의 표현은 문명에 길들여지지 않은 도깨비, 나팔꽃처럼 귀를 열고 오염되지 않는 시인의 길을 건너간 마지막 사람,

시대의 저 끝으로 한 사람이 가고 있다.
 

劉永國  화가


 

유영국은 한국 모더니즘의 제1세대 작가로 1930년대 후반, 당시로선 가장 실험적인 추상미술을 시도하여 한국 현대미술사에 추상미술의 발판을 놓은 이후, 꾸준히 자기세계의 심화를 보여준 한국 추상예술의 거목이다.

하루에 8시간 일했다. 한국화가는 게으르다. 열심히 일한 직업화가다.

 

金月荷 가곡여창

월하는 달 아래 피는 연꽃이다. 오백년에 한번 나온다는 목소리를 가졌다. 월하 이전에 월하 없고, 월하 이후에 월하 없다.

저 개야 공산 달을 짖어 무삼 하리오 같은 인생의 모든 것이 골고루 깃들어 있는 시조를 좋아 한다.

감정의 절제인 유장한 시조를 보유하게 된 것은 늘 절약, 절제하며 자기 정신을 지켰기 때문이다.
 

李梅芳 전통무용가

한 평생 한국 춤만 춘 사람,

전통 무용은 무겁게 추어야 한다.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려도 천근 만근 무겁게 추어야 한다.

이미지는 이 한 단어로 족하다. 무겁게

강하고 사회적 지위를 누리면서 언제 남의 가슴을 울리는 춤을 추어.
 

尹京烈 토우 제작가

신라의 경주에 대한 찬가, 강석경을 경주로 이끈 사람이다.

효불 효교(孝不 孝橋)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일곱 아들을 둔 바람 피는 어머니를 위해 아들들은 돌다리를 놓는 게 죽은 아버지에게는 불효이면서 어머니에게는 효도라는 게 신라적인 가치다.

은 자를 화장한 뼈를 담는 골호(骨壺), 삶이 얼마나 풍요로왔기에 죽음을 담는 그릇조차 저토록 아름답고 다양한가.
 

崔鍾泰  조각가
 


자학이 많은 그는 모자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큰 것만 꽃인가? 작은 꽃도 꽃이다.

나무는 희노애락 없이 산다.

진리란 누가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가며 만나는 것이다.
 

姜碩熙  작곡가

작곡은 구름 잡은 것 같은 환타지를 논리적 과장을 거쳐 결정화하는 것이다.

차시무성 승유성(此時無聲 勝有聲) 지금 없는 소리가 있었던 소리보다 낫다. 서양 사람들이 모르는 여백의 아름다움이다.

柳德馨
 연극 연출가

몰핀 주사로 방황하고 후에 열심히 공부.

너나 없이 개인행복에 안주하는 소시민 사회에서 이상주의자는 시대의 갈증을 풀어주는 진보의 샘물이다.

동랑 유치진이 아들에게 말한다. 너는 관객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공격적이다.
 

文信  조각가

지난 날 작품에서 다양한 표현이 단순화되어야 한다고, 그러나 지금은 단순한 형태에서 다양한 감정을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 한데서 여러 가지가 느껴지는 게 좋다.

낙천적인 제작 행위란 있을 수 없다. 그는 그때 매일 밤마다 속옷을 갈아 입고 잤다.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처 .

 

白秉東  작곡가

음악만을 위해 살았다는 작곡가는 그것을 행복한 형벌로 받아들인다.

음악은 배우는 게 아니고 깨우치는 것이다.

태어나는 것부터 타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종족본능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음악 외의 소리를 듣는 귀와 음악 하는 귀는 틀린다.

절실한 것을 표현하면 어둡다.
 

朴生光 화가

 


삼십 년간의 안일한 화가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4년을 공부했다.

남을 위해 그리지 말고 자기에게 보이고 싶은 그림을 그려라.

회 없이 죽으려면 인도를 가 보세요, 인도사람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안심하고 있다.

한국적인 색은 색동과 흰색이다. 샤머니즘은 깊은 사상은 없어도 자연을 숭배한 한국인의 소박한 종교다.

 

2008.12.8. 정산




정제용 제 직업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덜도 없고 더도 없는 그런 의사가 되고저합니다.
그런데 그것 참 어렵습니다.
아니! 참 쉬운데도요
여러 생각이 듭니다.
미국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2008-12-12]
정산 의사도 다른 전문가와 같이 이중적일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흔들리지 마시고...
가는 길, 하는 일이 좋아 보입니다.

미국 잘 다녀 오세요.
카렌다 하나 보냅니다.
[2008-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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