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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산(2008-02-11 18:47:16, Hit : 1984
 자전거여행 1. 2

자전거여행

자전거여행1. 2

 

1권을 재작년에 중학교 동창회의 망년회에 가서 친구에게 빼앗겼다. 하여 2권을 먼저 읽었는데 나는 1권이 더 좋았다.1권은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2권은 2004년 한 철에 쓴 거라 한다.

 

서평은 세상의 양면적 진실에 대한 탐구, 생의 긍정과 짝을 이루는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관,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합된 독특한 사유, 긴장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 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소설가 이순원은 나는 살아서 모국어로 글을 쓰고 읽는 동안 김훈의 「자전거 여행」만큼 힘차고도 아름다운 문장을 흔하게 보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정끝별 시인은 김훈의 자전거가 우리 산하 굽이굽이의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하고 횡한다고 했다.

 

한겨레 최재봉은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서해는 조국의 여성성이다” “몸이 기진했을 때, 풍경은 기갈처럼 몸 속으로 파고든다”와 같은 금언투의 문장들에 매혹 당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것들이 실은 얼마나 치열한 사고와 말 고르기를 거쳐 나온, 고승의 사리와도 같은 추출물인지를 알아차리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남들이 알아차리거나 말거나 그의 자전거 예찬은 계속된다.

 

책속에 남한산성 부분은 작년에 히트친 소설 남한산성을 암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우고 고쳐야만 이런 분명한 글이 나올까? 


"너희가 살고 싶으면 성문을 열고 나와 투항해서 황제의 명을 받으라. 너희가 죽고 싶거든 성문을 열고 나와 결전을 벌여 황천의 명을 받으라! "


투항권유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다. 그 대구되는 문장은 남한산성 기행 부분에서 압권이다. 

소설 남한 산성에서는 이런 힘있는 문장이 없고 대신 설명조의 투항권유서가 있다. 실제의 문서일까, 김훈이 지어낸 문서일까는 중요하지 않다. 능멸하는 묘사로 숨이 막힌다.

 

내가 이미 천자의 자리에 올랐으니,

땅위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나를 황제로 여김은

천도에 속하는 일이지 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또 내가 칙으로 명하고, 조로 가르치고, 스스로 짐을 칭함은

내게 속하는 일이지 너에게 속하는 일이 아니다.

네가 명을 황제라 칭하면서

너의 신하와 백성들이 나를 황제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까닭을 말하라.

 

또 너희가 나를 도적이며 오랑캐라고 부른다는데

네가 한 고을의 임금으로서 비단옷을 걸치고 기와지붕 밑에 앉아서

도적을 잡지 않는 까닭을 듣고자 한다.

 

하늘의 뜻이 땅 위의 대세를 이루어 황제는 스스로 드러나는 것이다.

네가 그 어두운 산골짜기 나라에 들어앉아서 천도를 경영하며 황제를 점지하느냐,

황제가 너에게서 비롯하며, 천하가 너에게서 말미암는 것이냐.

너는 대답하라.

 

...중략...

 

대저 천자의 법도는 무위를 가벼이 드러내지 않고

말 먼지와 눈보라는 내 본래 즐기는 바가 아니다.

내가 너희 궁벽한 강토를 짓 밝아 네 백성들의 시체와 울음 속에서

나의 위엄을 드러낸다 하여도 그것을 어찌 상서롭다 하겠느냐.

 

그러므로 너는 내가 먼 동쪽의 강들이 얼기를 기다려서

군마를 이끌고 건너가야 하는 수고를 끼치지 말라.

너의 좁은 골짜기의 아둔함을 나는 멀리서 근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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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한 몸이 되어 저단기어로 오르막을 숨차도록 오른다는 글에서 자전거는 힘들어 보이는 짐승 같은 연민을 받는다.
자전거에 대한 내용은 없고 여행의 이야기도 없는데 한번 붙잡으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관념적인 언어들 속에서... 김 훈만의 레토릭에 잠시 빠진다.

풍경이 몸에 스민다고 한다. 글을 쓸 때 몸으로 밀고 나가는 느낌을 이야기한다.
자전거와  일체가 되어 오르막을 오르는 느낌, 자전거로 미끄러지면서 시야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풍경들.그런 것들의 느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를 세워 놓고 앉아 담배를 물고 바라보는 풍경 너머로 나타나는 사유들의 그림들을, 그리고 여관방에서 연필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몸의 글쓰기, 그런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오토바이로 가면, 자동차로 가면 몸에 스미지 않는다. 자전거 혹은 걸어가는 느린 속도에 편승해야 스미는걸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짐작한다. 
나는 자전거를 탈 때 상큼한 기분만을 느끼지만 풍경을 스미지 못하고 걸어가면서도 풍경을 볼 뿐이다.

책을 통해 일상의 사건과 사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를 통한 기쁨이기도 하다.
꽃피는 해안선, 해안선을 볼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해안선이 무슨 선인지?
돌산도 율림리 정미자 집에 매화가 피었다. 직설적인 문장은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한강은 저러하구나, 한강을 보아도 유장하다는 생각만 한다.
낙동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을 스미지 못하고 나는 묘사하지 못한다. 나는 보지 못한다.
쓰나마나한 이야기를 쓰면서 김 훈이면 어떻게 묘사할까를 생각한다.
모두가 그를 질투하면서도 우리의 촉수는 여전히 움직임이 둔하다.
그래도 정지하고 휴식하면서 발견하고 싶다. 내면적 진실들을. 별 볼일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영원한 문학 청년의 자전거는 우리 땅은 물론 바다 건너 이국의 땅을 찾아 여행하게 될 예정이며, 이미 전라도, 제주도, 울릉도 편과, 일본 교토 편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끝냈으면 좋으련만...
내겐 1권이 2권보다 낫다고 보여진다. 

2008.2.11 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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